학교에 다니는 학생 모두에게는 쉬는 시간이 부여됩니다. 쉬는 시간 학생들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것입니다. 작게는 두 명부터 많게는 일곱, 여덟 명까지 무리를 지어 다닙니다. 같이 밥을 먹고, 같이 화장실을 가고, 같이 운동장에서 뛰어놉니다. 상담실 또한 보드게임과 편한 대화 등을 하기 위해 만석이 됩니다.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각자의 방식대로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는 시간입니다. 일반적인 학생들은 무리를 지어 다니지만, 모든 학생들이 함께 다니는 것은 아닙니다. 유심히 관찰해 보면 교실 곳곳, 복도 곳곳, 운동장 곳곳에 혼자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혼자 다니는 아이들은 혼자 있는 것이 편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공허함이나 쓸쓸함에 대해 털어놓습니다. 학교에서 혼자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시끌벅적한 학교 분위기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행위입니다.
혼자 다니는 아이들 중 몇몇은 상담실을 찾아옵니다. 어떤 아이들은 상담실 구석에 앉아 “저 여기서 그림 그려도 되나요?” 혹은 “여기 있어도 돼요?”라고 물어봅니다. 또 다르게는 적극적으로 말을 걸어오기도 합니다. “선생님 뭐 하세요?”, “간식 주실 수 있나요?”, 혹은 “그냥 와봤어요.”라고 하며 슬며시 다가옵니다. 이럴 때 저는 일단 아이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최대한 무안하지 않도록 관심을 표현하며 간식도 제공해 줍니다. 왜냐하면 제가 반갑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아이들은 귀신같이 제 마음을 알아차리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좀 더 본능적으로 상대의 마음을 캐치해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물론 아이가 상담실에서 최대한 편히 쉬다 가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제 호의가 좋았던지 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마다 저를 찾아오는 학생이 있었습니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립니다. 이내 학생이 찾아옵니다. “선생님 뭐 하세요?” 다시 수업 종이 울리고 쉬는 시간이 되면 또 학생이 찾아옵니다. “샘! 친구가 나를 놀려요.” 등등, 찾아오는 이유도 참 다양합니다. 이런저런 넋두리를 한 뒤, 학생은 수업 종이 울리면 “선생님 갈게요.”라고 하며 교실을 향해 열심히 뛰어갑니다.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약간의 부담도 생깁니다. ‘정말 이런 식으로 계속 찾아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정해진 상담 시간에만 상담실을 찾아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상담실이 아이에게는 하나의 ‘안전기지’이기도 하고, 또 유일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터놓을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상담교사로서 작은 고민을 안고 일을 하면서 학생을 맞이하고 또 보내며, 친구 관계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상담을 해주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자 어느 순간부터 학생은 상담실에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그 횟수는 서서히 줄어들어 거의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였지만, 완전히 찾아오지 않게 되자 어느 순간 ‘아, 아이가 나를 안 찾아오네.’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아이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저에게는 약간의 섭섭함과 함께 큰 기쁨이 찾아왔습니다. 저에게 실망한 것이 아니라면, 아이는 쉬는 시간에 더 이상 ‘어른’이 필요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학교 안에서 친구들과의 세상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해 볼 시간입니다. 아주 어설픈 방식이지만, 아이의 반 주변을 기웃거려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이는 정말이지 웃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만나자 반갑게 인사하고, 또 무슨 바쁜 일이 있는지 여기저기 친구들과 함께 뛰어다녔습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했지만, 상담선생님은 이제 안중에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에게 꽤나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기쁜 순간이라니 아이러니하지만, 아이가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이니 그것으로 충분한 일입니다.
마음이 건강해져서 멀어져 가는 아이들을 보면 기쁜 마음이 드는 것이 어쩌면 상담교사는 부모의 모습과 닮은 부분도 있구나 싶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웃는 순간을 상상하면서 오늘도 상담의자에 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