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경험만 권하는 사회

대한민국 스마트폰, 키즈카페, 과학관

by 교교

작년 한 해 아마존을 휩쓸고 국내로 상륙한 <불안세대>, <편안함을 습격>, <경험의 멸종>과 같은 베스트셀러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바로 자녀를 양육할 때 스마트폰과 같은 간접경험을 줄이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경험할 수 있는 활동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활동이 다소 거칠고 위험해도 괜찮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책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은 아동,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이 가져온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를 바라보는 어른들의 불안과 다음 세대를 향한 우려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의식과는 반대로, 대한민국의 일상적 환경은 아이들의 간접경험을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 속에서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스마트폰 없는 아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초1이 되면 스마트폰을 사줘야 하는지 고민하는 일이 대부분의 대한민국 학부모가 마주하는 보편적인 현실일 것입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아이들의 놀이 방식도 크게 달라졌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뛰어놀기보다 온라인 게임을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그 결과로 아동, 청소년의 우울과 불안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 역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이야기는 다들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해 짧게 다루고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키즈카페' 문화가 빠르게 대중화되었는데요. 키즈카페는 유아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이용할 수 있는 실내 놀이공간으로 이는 야외에서 느낄 수 있는 거친 환경에서의 위험성은 제거하고,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입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위험하지 않게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는 면에서 안심이 되고, 같이 육아를 하는 동지들과 친목 도모도 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간은 동시에 한계를 지닙니다. 집에서 자동차에 탑승해 건물에서 건물로 이동하여 도착한 곳. 제한된 실내 공간에서만 놀이가 이루어지는 키즈카페는 아이들의 모험심과 탐색 욕구를 충분히 자극하기가 어렵습니다. 실내 공간에서 놀이를 하다 보면 금세 어느 정도 환경을 예측할 수 있으며, 아이들은 균형을 잃어보고 넘어지고 다시 조절하는 경험을 지속하기가 힘듭니다. 반면 야외에서는 흙, 돌, 바람, 온도 같은 변수 때문에 아이가 스스로 자기 몸을 계속해서 조절하고 위험을 판단하는 훈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키즈카페보다는 숲 놀이터나 등산이 아이들에게 훨씬 의미 있는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유초등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보았을 과학관도 비슷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저 또한 자녀를 양육하며 각 지역의 크고 좋다는 과학관을 많이 방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부분의 과학관이 스크린 중심의 체험 공간으로 리모델링되면서, 각 과학관이 가진 고유함이 사라지며 비슷해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결국 어느 지역을 가도 비슷한 체험, 비슷한 경험만을 반복하게 되었고 그 경험조차 점점 더 간접적인 방식으로 지금도 바뀌어가고 있습니다.


스크린에서의 경험과 실패는 안전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더 나은 배움과 성장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바람과 햇빛을 경험한 식물이 더 단단하게 자랄 수 있듯이, 직접 경험을 통해 아프고 당황스럽고 창피하지만 다시 해보는 시도들이 아이들을 더 단단하게 자라게 합니다. 아이들에게 직접경험은 대체될 수 없는 성장의 토양입니다.


세상은 과거에 비해 안전해졌지만, 세상의 위협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해야겠다는 강박적인 부모의 생각은 오히려 점점 심해져 자녀를 더욱더 통제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하지만 넘어져야만 일어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것처럼, 아이들 역시 직접 부딪히며 조절해 보는 경험 속에서 성장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간접경험을 통해 자녀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생각에서 한 발 물러나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가 휘청거릴 수 있도록 돕는 일. 실패하고 아파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일 해야 합니다. 그렇게 자녀에게 좌절할 기회를 부여하고 접 이를 극복하고 조절해 나가는 경험을 통해 자녀가 체성을 갖도록 는 용기가 현대의 부모들에게는 필요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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