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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티 Mar 12. 2024

나를 돌보는 삶: 여행유튜버를 보며 알게 된 것

상담교사로 살아남기

상담교사 7년 차, 심리상담을 시작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긴 시간 상담 일을 하며 내담자들을 돕는 일을 하다 보면 정작 스스로를 잘 돌보고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일이 바쁠수록 자신 돌보기는 힘들다. 나보다 큰 문제를 안고 있는 학생, 학부모들을 보며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내가 가진 고민들은 작게 보이고,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되기 쉬웠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자녀를 돌보아야 한다는 핑계로 자신에게 무심한던 나는 자녀가 초1에 입학하게 되며 '육아휴직'이라는 쉴 수 있는 명분이 생겨버렸다. 그래서 자녀도 돌보아 줄 겸 6개월 육아휴직 했다.


평소 '여행 유튜버' 채널을 자주 보는데 잘 알려진 '빠니보틀'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채널까지 나와 감성이 맞는다면 정기적으로 영상을 챙겨보는 편이다. 정말이지 시대가 좋아져 여행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방구석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렇게 여행을 하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그들이 사소한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교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그들은 오늘 아침에 어떤 커피를 내릴지, 점심으로 어떤 메뉴를 선택할지, 오늘은 어떤 길로 걸어볼지 등 비교적 사소한 주제들에 대해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한다.


내가 학교에 도착해 허겁지겁 잡히는 대로 아무 원두나 내려 먹으면서 하루 업무를 시작하고, 밀린 업무로 인해 음식을 음미하지 않고 급히 식사를 마치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여행 유튜버'들을 보면서 나를 잘 돌보는 삶이란 나의 생각과 결정들을 스스로 기다려주면서 나를 향하는 행동들, 그것이 커피를 내리는 아주 작은 행동일지라도 그 결과가 나에게로 향하는 일이라면 공을 들여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의 유명한 한 병원장님이 "아침에 일어나면 침구정리를 깨끗하게 하고 밤 사이 나를 감싸준 이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으로부터 인생이 바뀐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또한 사소하지만 자이게 공을 들여보는 행동이지 않을까 싶다.


다시는 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휴직을 앞두고 아내는 여태 고생했으니, '많이 쉬어보고, 많이 놀아보라' 했다. 나는 그렇게 하겠다 했고, 잘 쉬고 잘 논다는 것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 한 동안 고민하다 여행 유튜버들을 보며 답을 얻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글을 읽고, 좋아하는 길을 걷고, 좋아하는 영화를 보며 나를 향하는 한 잔의 커피와 식사에도 공을 들이는, 스스로를 충분히 존중해 주는 경험을 하기로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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