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교티 Mar 30. 2024

힙한 카페에서 할머니가 쌍화차를 찾았다

상담교사로 살아남기

친한 지인을 만나 오랜만에 소회를 나누고, 지인의 단골이라는 힙하다는 카페에 갔다. 테이블이 불편함에도 젊은 사람들은 당연히 많았고, 한편에는 할머니 세 분이 앉아 차 한잔씩 하고 계셨다. '오 좋네'라고 생각할 때 지인은 "이 카페 일하는 이모가 진짜 친절해."라고 내게 말했다. "그래?"라고 답하며 별생각 없이 넘겼다.


얼마 뒤 할머니 한 분이 혼자 들어오시어 "쌍화차 있어요?"라고 직원 분에게 물어왔다. 직원 분은 할머니와 눈을 맞추고 무언가를 한참 이야기 한다. 그리고 할머니도 무언가를 한참 이야기하는데 직원 분은 또 열심히 듣고 마지막으로 직원 분이 할머니의 손을 잡으며 한 말은 "한 번 개발해 볼게요. 죄송해요."였다.


흠칫하게 하는 멘트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가장 짧게는 네 글자로 상황을 종료할 수 있다. "안됩니다."라고 말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친절을 한 두 스푼 첨가한다고 생각해 볼 때 "할머니 죄송해요. 쌍화차는 따로 없습니다."(웃음)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할머니는 자신의 요구를 거절받는 대신에 오히려 존중받았다. 직원 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경청해 주는 경험과 자신의 요구가 수용받는 경험을 하고, 비록 원하던 쌍화차는 없었지만 기분 좋게 뒤돌아섰다.


카페가 잘 되는 이유가 있었다. 물론 커피와 디저트도 맛있었다.

 

관계를 맺을 때 상대에 대한 '존중'이 중요하고 그 '존중'에는 힘이 있다. 그리고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것은 나의 눈빛과 표정, 행동과 몸짓, 말과 태도, 즉 나의 모든 것을 통해 상대에게 전달된다.


나도 오늘 만난 직원처럼 만나는 학생과 학부모님들을 존중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주변에는 행동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삶의 스승들이 많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네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것의 종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