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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티 Jul 26. 2024

다시 사랑할 준비

올해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서 학교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습니다. 상담교사인 제가  상담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큰 학교에서 많은 아이들을 상담하며 저는 빠르게 지쳐갔고, 쉼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죠. 쉬는 가운데 책도 많이 읽고 브런치에 글도 꾸준히 썼습니다. 때로는 두세 시간씩 낮잠을 자기도 하고 멀리 훌쩍 떠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일들로만 하루를 채우다 보니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상담과 아이들이 포함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가능성 그리고 반짝이는 눈빛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현생을 치이다 보면 소중한 것들을 앞에 두고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되죠. 마치 가족의 소중함을 매번 잊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저는 다음 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뛰어나며, 더 나은 방식으로 살아갈 것이라 믿습니다. 우리 세대가 그러했으며 우리의 다음 세대도 저의 세대보다 더 나은 방식으로 연대하고 살아갈 것입니다.


이러한 가능성을 가진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곁을 지켜주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이제 다시 아이들을 사랑할 준비를 합니다. 일을 시작하면 때로 다시 지치고 넘어질 것 같습니다. 때로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을 상담하며, 고통의 늪을 함께 견뎌내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시절에 함께해 주었던 그럭저럭 괜찮은 어른이 있었노라고 훗날 아이들이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상담을 계속하기로 마음먹은 날>

상담을 시작한 첫 해 아이들을 인솔하여 진로캠프에 가게 되었다. 오후에는 야외 체험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활동 중 하나는 군대에서 했던 세 줄타기 훈련과 비슷했다. 시간이 흘러 저녁식사 시간이 되고 안내에 따라 모두 식사를 하러 이동했는데, 한 학생은 아직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학생이 워낙 진지한 자세로 임하고 있어 그냥 밥 먹으러 가자고 하기가 좀 그랬다. 그래서 일단 기다렸다. 하지만 학생은 무서운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진지한 표정이 귀엽기도 해서 그냥 계속 기다리며 무안하지 않게 응원도 해주었다. 줄타기가 끝나고 나서 학생이 뿌듯해하는 표정이 사랑스러워 잊히지가 않는다. 학생이 나에게 해준 말은 내가 앞으로 상담을 계속하기로 한 계기가 되었다.

"선생님이 기다려줘서 끝까지 할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샘. 너무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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