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하며 자리를 비우게 된 것을 전교생에게 미리 알릴 수는 없다. 얼마 전 다시 복직하며 자연스레 안면이 있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눴다.
보통 학생들은 잘 지냈냐는 물음에 잘 지냈다고 대답하거나 '네'라고 짧게 답한다. 조금 더 표현을 잘하는 학생들은 선생님이 없어서 힘들었다고 말하고 상담을 하고 싶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던 중 한 안면이 있는 한 학생이 상담실로 찾아왔다. 나는 학생에게 평소처럼 "잘 지냈어?"라고 인사했는데 학생이 본인은 잘 지냈다고 한 뒤 눈을 동그랗게 뜨며 "선생님은 잘 지내셨어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육아휴직을 했다는 나의 말에 관심을 가져주고 아들의 나이를 물으며 "육아휴직하고 아이를 돌보려면 많이 힘드셨겠네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얼떨떨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렇게 교사의 안부에 관심을 가져주며 공감까지 할 수 있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흠칫 놀랐지만 "OO는 관심을 다시 돌려주고 남을 공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네. 대단해."라고 말해주었다.(심지어 남학생이었다.)
교사로서 학생에게 이런 따뜻한 관심을 받아본 것이 오랜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관심은 상대방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음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이래서 상담을 할 때 공감공감 하나보다. 학생-교사로서 상담을 제공하는 위치에 있지만, 아이들에게도 배울 점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