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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티 Sep 30. 2024

선생님은 잘 지내셨어요?

육아휴직을 하며 자리를 비우게 된 것을 전교생에게 미리 알릴 수는 없다. 얼마 전 다시 복직하며 자연스레 안면이 있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눴다.


보통 학생들은 잘 지냈냐는 물음에 잘 지냈다고 대답하거나 '네'라고 짧게 답한다. 조금 더 표현을 잘하는 학생들은 선생님이 없어서 힘들었다고 말하고 상담을 하고 싶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던 중 한 안면이 있는 한 학생이 상담실로 찾아왔다. 나는 학생에게 평소처럼 "잘 지냈어?"라고 인사했는데 학생이 본인은 잘 지냈다고 한 뒤 눈을 동그랗게 뜨며 "선생님은 잘 지내셨어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육아휴직을 했다는 나의 말에 관심을 가져주고 아들의 나이를 물으며 "육아휴직하고 아이를 돌보려면 많이 힘드셨겠네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얼떨떨한 느낌들었는데, 이렇게 교사의 안부에 관심을 가져주 공감까지 할 수 있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흠칫 놀랐지만 "OO는 관심을 다시 돌려주고 남을 공감할 있는 장점이 있네. 대단."라고 말해주었다.(심지어 남학생이었다.)


교사로서 학생에게 이런 따뜻한 관심을 받아본 것이 오랜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기분 좋은 미소가 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누군가 진심 어린 관심상대방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음을 몸소 체감할 수 있었다. 이래서 상담을 할 때 공감공감 하나보다. 학생-교사로서 상담을 제공하는 위치에 있지만, 아이들에게도 배울 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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