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제보다 주문수는 좀 더 많았지만 그래도 새벽의 한가한 공기는 변함없다. 인수인계 해주는 직원은 책과 노트, 필기구를 챙겨와 책상에 꺼내 펼쳐놓는다. 열심히 읽고, 한 번씩 훌쩍이기도 하는데 아는 척 하면 민망할까봐 괜히 휴대폰만 들여다본다. 그러다가 어떻게 시작됐는지도 모르게 그 직원의 인생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됐다.
본인은 연기를 하는데 잘 나가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작아지는 느낌, 안되는데 계속 붙잡고 있기가 괴롭지만 그래도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던 순간들, 믿고 따르는 선생님한테 혼날 때마다 힘들고 미운 감정들... 그 직원은 한 번 말을 하기 시작하자 다다다 속도도 빠르고 말의 양도 많은 얘기를 계속해서 들려주었다.
이 카페에 면접을 보던 당시에 사장님은 원래 일하던 직원이 본업인 연기일정으로 피치 못하게 그만두게 되었다고 말씀하셨었다. 나는 연기라는 말에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라고 외모에 대한 부분을 먼저 궁금해했다. 실제로 당사자를 만나 속깊은 얘기들을 듣다보니 그런 1차원적인 호기심을 가졌던 게 좀 미안한 마음도 들 정도였다. 근데 진짜 나는 왜 외모부터 궁금해했지? 보여지는 직업이니 외모가 중요하긴 할텐데 그래도 외모지상주의에 세뇌된건가 싶은 고민도 스쳐 지나갔다.
제가 참 잘 모르는 사람한테 별소릴 다하네요. 직원은 겸연쩍은 말로 어색하게 얘기를 마무리지었다. 순발력과 센스가 부족한 나는 아니예요. 재미있었어요. 상투적으로 들릴 법한 대답을 돌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