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혼자 하는 날. 시작부터 메뉴의 절반 정도를 종류별로 다양하게 시킨 주문이 들어왔다. 속도가 생명이라던 쿠팡 주문건이었다. 오븐 사용법은 전임자가 알려준 것과 다른 방식이고, 우선순위도 바로 떠오르지 않고, 왔다갔다 동작은 많은데 진행이 너무 느렸다.
부지런한 기사님은 아직 완성되려면 멀었는데 벌써 오셔서 계속 말을 거신다. "아이고 이거 메뉴를 엄청 시킨 주문이네, 이게 몇 개야? 천천히 해요. 혼자 하려면 힘들겠네. 이건 백종원이 와도 단번에 못하지." 나는 또 거기에 대답해가며 하느라 머릿속이 더 하얘지고 마음만 조급해졌다. 기사님의 말수가 점점 적어진다.
"손님이 늦게 왔다고 뭐라고 하진 않으실지 걱정이예요. 많이 기다리셨죠. 다음엔 조리 예상시간을 더 길게 잡아볼게요." 드디어 포장을 끝낸 물건을 기사님께 드리고 나니 난장판이 된 주방 풍경에도 마음이 한시름 놓인다. 그리고 이렇게 성장하는거지 좋게 생각해보려 한다.
한숨 돌리고 난 후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틀고 뒷정리에 들어간다. 재촉하는 말도, 지켜보는 눈도 없으니 할 일이 많아도 마음이 편하다. 첫 날의 액땜이었는지 이후로는 비교적 순조롭게 주문처리도 하고 때때로 음악도 감상해가며 마감까지 달려간다. 마감 청소거리가 은근히 많아 전임자가 했던 방식 그대로 시간에 맞춰 움직인다고 했는데도 나는 퇴근시간을 넘겨버렸다. 다음엔 어떻게 하면 정시 퇴근을 할 수 있을까 고미해보며 퇴근길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