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카페6

by 김지은이

배달 대행업체 프로그램이 갑자기 종료되고 난 뒤 켜지지 않았다. 종료되기 전 알림창이 하나 떴는데 무심코 닫고 나니 그대로 프로그램이 꺼졌다. 다시 켜려고 하니 앞으로 2시간 동안 점검이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이 활성화 되어있지 않으면 업체에 주문 전달이 되지 않고 기사님 배차를 요청할 수도 없다. 이미 주문 하나를 접수했는데 이걸 어쩌지? 앞으로 들어오는 주문은 취소를 해야 하는건가? 돌발상황시 연락할 번호도 하나 없고, 점검에 대한 내용을 전달받은 것도 전혀 없었다. 급한대로 사장님께 카톡을 보냈지만 읽지 않으신다. 우선 접수한 주문건을 준비하면서 최악의 경우엔 고객에게 다시 연락해서 취소해야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혹시 여긴 어떻게 하고 계세요?” 한 남자분이 들어와 물으셨다.

"네?”

"아니 배달 앞으로 2시간 동안 점검인데 어떻게 하고 계시나 해서.”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고민이예요. 이미 접수한 주문도 있고…”

"내가 요기 앞 가게 두 군데는 잠깐 배달 봐주기로 했는데 여기도 봐줄까요?”

아니 이게 무슨 반가운 소리람? 하지만 이 분 께 맡기면 배달비는 어떻게 되는거지? 혹시 이런 식으로 음식을 그대로 가지고 가버리는 말도 안되는 상황도 생길 수 있을까? 근데 이 분은 누구지? 기사님인가? 내가 머릿속만 바쁘고 말은 안하고 있자 남자분이 먼저 말씀하셨다.

"배달비는 야간 할증 붙으면 건당 3천원 조금 넘는데, 그건 뭐 백원 단위는 빼고 주셔도 되고… 알아서 챙겨주세요.”

이렇게 정확히 얘기하시는거 보면 이 분도 기사님인 것 같기는 했고 어떻게 할지 빨리 결정하고 주문처리를 해야 했다. 근데 결정을 내가 해야했다. 기사님께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사장님께 자초지종을 카톡으로 남겼다. 기사님께는 날이 밝으면 입금해드릴 수 있도록 사장님께 전달할테니 연락처와 계좌번호를 달라고 했다. 배달 부탁드린 주문건마다 영수증을 촬영해두었다.


점검 소요시간인 2시간이 거의 다 된 5시 무렵 이번엔 다른 남자분이 불쑥 들어와 물었다.

"여기 주문 계속 안 들어왔어요?”

"네?”

"아니 배달요청이 하나도 없어서, 혹시 여기 점검에 대해서 내용 전달 못 받았어요?”

"네.”

"아 여기도 못 받았구나. 주문 들어오면 영수증 찍어서 이 번호로 보내주면 기사 보낼거예요.”

카운터로 불쑥 들어와 메모지와 펜을 또 불쑥 집어가더니 연락처 하나를 휘갈겨 썼다.

"그럼 그동안 주문처리 어떻게 한 거예요?”

이번엔 또 함부로 카운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나는 몸을 뒤로 빼며 말했다.

"앞 집 배달 봐주시는 분이 저희도 봐준다고 하셔서 부탁드렸어요.”

"그게 누군데요? 여기 다 우리 관할인데?”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아니 누구지 대체… 아무튼 앞으로 들어오는 주문은 전화주시면 돼요. 뭐 그 봐줬다는 사람한테 맡겨도 되는데, 편한대로 하세요.”

남자는 다소 껄끄럽다는 듯이 얘기했다. 내 구역이 침범 당했다고 열불을 낼 게 아니라 사과를 먼저 했어야 하는 것 같은데, 진작에 와서 고지를 해 줄 일이지. 남자는 그렇게 본인 할 말만 하고는 휙 나가버렸다.


날이 밝고 마감청소를 하는 중 마지막 주문건을 픽업하러 온 기사님이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아까 배달 대신 봐줬다는 분한테 정산을 해드려야 하니 연락처를 문자로 남겨달라고 했다. 근데 그게 정산을 위한 게 아니라 대체 누구인지 확인하겠다는 듯이 느껴져 연락처 전달이 꺼려졌다. 다시 한 번 사장님께 내용을 말씀 드리고 나는 물러섰다. 부디 너무 난처했던 돌발 상황에 일을 도와주신 기사님이 정산 잘 받으시고 이 일이 무사히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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