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돈을 벌어본 게 21살 무렵이었으니까 소득활동을 시작한 지도 어느새 10년이 넘었다. 내가 했던 소득활동은 오직 한 가지였다. 내 시간을 최저시급과 맞바꾸는 것. 해가 바뀌어 최저시급이 인상되는 것만이 내 소득의 증가요인이 되었다. 국민임대주택에 거주하던 때에는 월세가 많이 저렴해 적은 소득에도 저축을 해가며 살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저축은 꿈도 못 꾸고 거의 한달살이로 연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4대보험을 들기라도 하면 당장의 실수령액이 줄어드니 4대보험이 싫을 때도 있었다. 미래보다는 당장 눈 앞의 하루하루를 살아내기에 급급했다.
[힐빌리의 노래] 에서 저자는 일자리가 필요하면 온라인에서 구인광고를 찾아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력서를 내고 또 낸 뒤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내가 일을 구하는 곳은 항상 알바몬이었다. 그리고 그 외에 다른 방법은 몰랐다. 가끔 사람인이나 워크넷 등에 들어가보기도 했지만 그런 사이트는 왠지 본격적인 구직의 현장 같았다. 내가 갈 곳이 아닌 듯한 느낌에 나이가 차고도 계속 알바 사이트만 들락거렸다. 알바 사이트에서도 소기업의 정규직 구인공고는 종종 볼 수 있었는데 배우면서 일 할 수 있다고 적힌 곳에 지원해 회사원이 되어 보기도 했다.
현재 알바 사이트에 저장해 둔 이력서의 기록대로 보면 내 경력은 이제 8년이 넘어간다. 회사에서 선호하는 진득한 경력은 되지 못하고 자잘자잘한 것들을 이어붙여 만든 기간이다. 최근에는 하도 많이 옮겨 다녀서 적지 않은 것들도 꽤 된다. 아무튼 이건 말이 경력이지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참 조잡한 기록이다. [힐빌리의 노래] 에서는 저자가 교수님에게 올바른 방향성에 대한 조언을 듣는 장면도 나오는데 정말 뼈저리게 부러웠다. 내가 만났던 건 내가 잡은 방향이 틀렸다고 고나리질 하는 입들 뿐이었으니까.
아무데나 부닥쳐가며 보내온 시간들로 채운 경력이라 숙련도가 뛰어나다고 말하지도 못하겠고, 내가 이 일에 정말 열정이 있다고 말하지도 못하겠다. 그래서 자기소개서에는 늘 성실함만 강조했고 열심히 하겠다는 말만 썼다. 돈 주고 사람을 쓰려는데 나 같은 사람은 나도 뽑기 싫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더는 쓸 말이 없었다. 난 대체 뭐하고 산 걸까?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이제는 알바하러 가면 사장님이 내 또래인 경우도 있고, 20대 초반 친구에게 텃세를 당하다보면 현타도 족히 온다. 나도 정말 나의 전문성을 키워가는 직업을 갖고 싶다.
뭘 배우면 좋을까? 프리랜서로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은 N잡이 유행이라는데 나는 어떤 일들을 해 볼 수 있을까? 관심을 가지니 찾아보게 되고 찾아보다 보니 정보도 얻게 된다. 그렇게 해서 설문조사 아르바이트를 해봤다. 설명에서는 한 달에 30만원 정도 수익을 예상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한 달에 1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벌 수 있었다. 해외송금 수수료를 빼고 나니 최종적으로 계좌에 찍힌 금액은 9,993원. 정말 소액이지만 작고 소중한 경험이다. 이렇게도 돈을 벌 수 있는 거구나. 진짜 되는구나. 근데 이건 효율이 너무 떨어지고 경력이 되는 일도 아니니 다른 일을 또 찾아봐야겠다. 이게 됐으니, 다른 일도 할 수 있겠지? 나도 되는 사람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