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카페 7

by 김지은이

배달주문이 90%를 넘어가는 곳이라 손님보다 기사님과 마주칠 일이 더 많다. 그래봤자 기사님과 나누는 말은 한 두마디가 전부이다.

음식이 완료되면 포장한 뒤 빌지를 붙여 카운터 위에 놔둔다. 기사님이 오시면 빌지 주소를 확인하곤 물건을 챙겨가신다.

"가져갈게요. 수고하세요~"

나는 설거지 등 뒷정리를 하다 멀리서 기사님께 외친다.

"네 감사합니다!"


새로운 주문건의 포장을 마치고 카운터에 올려두는데 이전 주문건에 한 가지 음식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게 보인다. 전산에서 담당 기사님 연락처를 확인해 전화를 드린다.

“여보세요.”

“기사님 안녕하세요. 여기 OO입니다. 좀 전에 가져가신 주문건 중에 하나 놓고 가신 것 같아서요.”

“뭐요? 거기 다른거 없었잖아요.”

“하나가 더 있었는…”

“하씨…”

기사님의 신경질적인 소리와 함께 뚝 끊긴 통화에 나는 잠시 몸과 생각이 모두 굳은 상태로 수화기를 들고 서 있는다. 그러다 아무렇지 않은 척 “뭐야…” 수화기를 내려놓고 다시 일을 시작한다.

잠시 뒤 한 기사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아니 아까 아무것도 없었잖아요!” 또 신경질을 부린다. 아까 통화했던 그 분이구나. 단번에 알아챌 수 밖에 없다.

“아니예요. 거기에 같이 있었어요. 그거 보고 전화드린거예요."

기사님은 날 쏘아보고는 카운터에 놓여진 음료봉투 하나를 휙 낚아채곤 쾅 소리를 내며 나가버린다. 헬맷 앞창을 열어 눈만 보이는 상태였는데도 온 얼굴의 구겨짐이 다 보였다. 당장 치워야 할 것들도 있고 새로 들어올 주문에 대비해 떨어진 재료들도 준비해야 하는데 나는 마음 속이 복잡해진다.

내가 덩치 큰 남자였어도 저렇게 신경질을 부렸을까? 내가 이 가게의 사장이었다면? 내가 그렇게 만만할까? 정말 내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죄송하다고 했어야 할까?


그리고 다음날부터 다른 기사님들이 “이게 전부 맞아요?” 물어보는 횟수가 잦아진다. 그리고 배차가 30분씩 걸리는 주문건이 1~2건씩 꼭 생긴다. 그들만의 커뮤니티에서 나에 대한 얘기가 오갔을 것 같다는 추측을 하게 된다. 괜찮아지겠지. 일단 기다리고 기다려본다. 면접 볼 당시 4대보험이 가능하다고 했던 사장님은 어쩐지 계약서 쓸 때도 4대보험 얘기엔 머뭇거리더니 3주째 아무 말이 없다. 나는 여기가 오래 일 할 곳이 맞을까 라는 고민이 생겨 4대보험 가입은 안하겠다고 하는게 낫겠단 생각이 든다.


[저 사장님 4대보험 말인데요..]

[아 그거 제가 마주치면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계속 마주칠 기회가 없어서 미리 말씀을 못 드렸어요 어쩌고 저쩌고 장황하게]


주변에 24시간 운영하는 가게도 여럿 되고 편의점도 있다. 바로 맞은편에도 늦게까지 운영하는 가게가 2군데나 있고 사람들이 일하는게 보일 정도로 가깝기 때문에 그렇게 무섭지는 않다고 느꼈는데, 만약 내가 여기서 소리를 지른다면 저기까지 들릴까 갑자기 걱정스러운 마음도 든다. 어쨌든 나는 이 공간에 혼자 있다는 생각에 외로워진다. 그리고 사장님에 대한 믿음도 점점 떨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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