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해.”
이 책은 독서모임을 통해 읽게 됐다. 모임의 호스트가 본인이 인상 깊었던 구절을 읽어주던 중 나는 위 말에 울음이 왈칵 터졌다.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내가 울었던 건 다 티가 났는지 모임 마지막에는 위안의 말씀도 해주셨다.
그나마 온라인 모임이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오래 전 사회복지과에 지원해 대학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나는 성인보다 아동복지에 더 관심이 많다고 대답했었고, 면접관은 이유를 물었다.
그 때 나는 본인이 선택하지 않은 환경으로 인해 어려워하고 있을 아이들을 돕고 싶기 때문이라는 유의 대답을 했었다.
그리고 그 도움은 내가 너무나 원했던 것이었다.
성인이 되었으면 과거 탓은 그만 해야하고 모든 건 본인 책임이라는 말은 몇 번이고 들어도 거부반응이 일어난다.
그리고 "애는 낳아놓기만 하면 알아서 커." 라는 말만큼이나 무책임해 보인다.
왜냐하면 나는 아직도 한 번씩 “만약에…” 를 떠올리며 부질없는 상상을 하다가 한숨을 쉬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들은 내가 그 나이대를 지나왔다고 해서 삭제되지 않는다. 나는 아마도 죽을 때까지 그 경험들이 내게서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평생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이젠 일부러라도 좋은 경험들을 모아 계속 덧칠을 해줄 수 있으니 사정이 낫긴 하다.
책 속에서 “천천히 해.” 라는 말은 저자가 아는 가장 ‘맺힌 데 없는’ 선배가 자주 하는 말이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맺힌 데 없는’ 사람을 가장 부러워했다고 하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내 꿈 중 하나는 후생이 있다면 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나 마냥 낙천적인 삶을 살아보는 것이다. )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한 언니도 책 속의 선배 같은 면모를 보여주곤 했었다. 그래서 나는 괜히 언니에게 연락하거나 보고 싶다고 징징거린 적이 많았다. 언니는 내가 난데없이 모난 행동을 해도 등을 돌리지 않고 가만가만 토닥여주었는데, 좋은 것들을 받다 보니 나도 그런 걸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기도 했다.
그러고보니 모임의 호스트가 연이어 들려준 ‘꼭 인생 초기에 자리 잡힌 대로 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라는 문구도 내 마음에 쿡 박혔는데 그래 나도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나 보았고, 좋은 것들도 받아 보았으니, 나도 받아 본 사람이 되었으니 많이 많이 나누어야지.
이건 좋은 점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나는 많이 원망했던 유년기 덕분에 슬픔을 보다 예민하게 느낄 줄 아는 사람으로 자란 것 같다. 그러니 사는 동안 가능한 많은 슬픔을 위로해주고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참 그리고 얼굴도 모르는 내게 위로를 전해준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싶다.
"얘들아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