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해방되고 싶어

by 김지은이

최근 "나의 해방일지 봤어요?" 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유튜브에서 짧은 영상으로는 본 적이 있었다. 염창희가 여자친구와 길거리에서 심하게 다투는 장면이었는데 서로 악을 쓰는 모습에 기가 질려 정주행을 포기했던 드라마였다.


얼마 전 회식자리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이 나의 짧은 맛보기 평을 듣고는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해가 가는 장면이라고 했다. 그래...? 이해가 된다고...? 관심이 다시 조금 솟아났다.


그리고 나는 어느 저녁에 '마침 티빙 구독 중이니까 틀어나 볼까' 하고는 앉아서, 누워서, 밥 먹으면서 삼남매의 해방기를 보았다.


회차가 진행될수록 왠일인지 나의 마음은 응원에서부터 점점 슬픔으로 번져갔는데, 어느덧 다가온 새벽에 한껏 충만해진 감수성을 끌어안고 내 감정 변화의 이유를 찾으려 했다.




얼마 전 그 회식 자리에서 내 모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잠깐 자리만 채우고 일어나려 했는데 즐거운 분위기가 아쉬워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 보면서도 떠나기를 망설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지나치게 붕 떴고, 상대방의 나에 대한 거리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친한 척 했다. 너무 많이 웃었고, 계속해서 나이로 놀리는 사람에게는 짜증을 숨기지 못했다.


모임에서 가장 연장자라며 놀림 받을 정도로 어느덧 나이를 먹은 내가, 다른 어린 친구들보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오히려 어리광을 부렸다.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한 잔만 하고 듣는 걸 하지 못했다. 나는 쿨하지 못했고 그게 너무 구렸다.


나는 염남매처럼 그들에게 독백을 들려주지 못할텐데, 까보면 나름 괜찮을 때도 있는 나의 속을 보여줄 수 없을텐데, 그래서 구리게만 남을텐데 왜 그랬을까. 염창희를 이해 한다던 내 옆자리의 그 사람은 나도 이해할 수 있을까?




계속해서 곱씹으며 길을 걷다가도 울컥했다. 나 마흔살에도 이렇게 후지면 어떡하지? 덜컥 겁도 났다.


얼마 전 엄마의 몇 년 간 진료기록지를 발급받을 일이 있었다. 매수가 워낙 많아 무료발급 범위를 한참 넘어섰고, 총 발급 비용만 5만원 정도를 내고 건네받았다. 엄마가 했던 사소한 말 한 마디도 모두 기록된 내용을 읽고 있자니 지금의 엄마가 떠오르고, 우리 정말 장하게도 포기하지 않고 같이 잘 걸어왔다 싶었다.


누가 알아주는 건 아니지만 나랑 엄마는 아니까.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모두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에서부터 해방되고 싶어. 나는 어쨌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선택들을 했어.


하지만 내가 이해에 그토록 목말랐던만큼 나는 항상 타인을 보는 눈을 더 밝게 뜨고 싶어. 글로 생각을 정리하길 좋아하는 내게는 글을 봐 줄 누군가가 존재하는 이 공간이 있고, 오늘따라 유난히 이 공간이 고마우니까.


그러니까 나는 누군가의 찰나의 순간도 잡아내서 알아줄거야. 한 번 스치고 만대도 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을 추앙하고 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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