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해보자

당장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시간을 어찌 견디나

by 김지은이

갑자기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5년쯤을 최저시급 받는 게 당연한 인력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쭉 그렇게 살 줄 알았는데

머리가 굵어졌는지, 뒤늦게 사춘기를 겪는지.

어느 순간부터 일터에서 이 돈을 받고 이런 모욕을 견딜 순 없다는 생각들을 종종 하게 된다.

그래 돈이라도 많이 받으면 몰라.

근데 누가 나한테 돈을 많이 준대?

그런 생각들을 하다가 내 시간을 당장 파는 대신 나를 조금이라도 더 키우는 데 써보자 싶었던 거다.

그래서 뭘 배울건데?

학점은행제로 심리학 과정을 배워보고 싶다.

독학사 교재를 최대한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중고 판매처 여러 군데에서 주문해두곤 하나 둘 도착하는 책을 보며 잠시 설레기도 했다.

학점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자격증 중 하나인 컴활 1급도 같이 준비해보기로 한다.

챗gpt 와 심도 있는 논의 끝에 매일의 공부 분량을 정하고 공부에 돌입했다.

대략 한 달 쯤 지났다. 독학사 5과목 중 영어를 제외한 4과목은 1회독을 어느 정도 마친 상태이다.

그리곤 늘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당장 나가서 무슨 일이든 하면 한 시간에 만 원은 벌텐데. 오늘 하루 일했으면 얼마를 벌었을텐데.

이 한 달을 일했으면 그래도 200만원쯤은 통장에 꽂혔을텐데.

허송세월 보내는 기분, 게다가 이 공부를 완주한다고 당장 내 미래가 밝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만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변함은 없다.

하지만 그저 새로운 결심을 밀고 나갈 뚝심도 약하다.

그래서 당장의 별 볼 것 없는 하루라도 써서 뭐라도 만들어냈다는 느낌이라도 받아야겠다.

다행이다. 이런 세상이어서. 이렇게 실시간으로 분출해 낼 창구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 짧은 주절거림을 쓰는 동안 해결책이 떠오른 건 아니다.

다만 다시 책상에 앉아는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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