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끊긴다는 공포

6회 체면보다 숫자가 먼저 떠올랐다

by 베풂과 행복

6일 차. 월급이 끊긴다는 공포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체면도 명예도 아닌, 돈이었습니다. 임원의 타이틀이 없어지는 순간 많은 것이 사라집니다. 급여는 물론,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던 차량과 주유카드, 법인카드, 스마트폰, 경조사비 지원까지. 임원의 자리에서 내려오는 순간, 생활을 지탱하던 장치들이 한꺼번에 꺼집니다.


사람들은 임원 연봉을 쉽게 상상합니다. 드라마와 뉴스 속 극소수의 사례 때문일 겁니다. 연봉 수십억을 받았다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특히, 자녀들이 중고등학생, 대학생이 있는 경우 마음이 더 무겁습니다. 아파트 대출금이 있다면 심리적인 압박감은 더해집니다. 임원계약 종료 후 고문 기간 동안 급여가 제공되지만 고문계약이 종료되면 소득이 끊어집니다.


노트북을 열고 엑셀을 클릭하였습니다. 고문계약 종료 이후의 현금흐름을 시뮬레이션해 보았습니다. 숫자가 정리될수록, 마음은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받았던 급여가 얼마나 큰 금액이었는지 매우 놀랐습니다.


유튜브를 보니 맥쿼리인프라를 비롯하여 고배당 ETF에 의한 년 수익률은 5% 내외라고 합니다. 매달 1,000만 원을 받으려면 20억 원이 필요했습니다. 20억.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아도 나오지 않는 금액이었습니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으면 좋겠지만 형편이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도 매달 용돈을 드리고 있습니다. 부모님은 그 돈으로 병원에 다니십니다. 서울에 있는 집을 팔고, 경기 지역으로 이사해야 할지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됩니다.


절망감이 밀려왔습니다. 어렵더라도 퇴직금이 입금된 IRP 계좌는 해지할 수 없었습니다. 노후 생활을 위한 마지막 보루였습니다. 결국 선택지는 하나뿐이었습니다.

다시, 일을 구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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