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하지 못했던 환송회

8회 끝이라는 사실이 가장 조용히 다가온 날

by 베풂과 행복

8일 차. 예상하지 못했던 환송회


해임 통보를 받은 뒤 며칠이 지난 어느 오후, 함께 일했던 부장님이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그는 제게 물었습니다.

“상무님, 오늘 오후에 잠깐 시간 괜찮으신가요?”

“2시에서 3시 사이면 괜찮습니다.”

그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실을 나갔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 질문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점심은 저와 같은 날 해임 통보를 받은 동료 임원을 포함해 세 사람이 함께했습니다. 그는 요즘 매일 저녁 술을 마신다고 했습니다.이미 정해진 약속이 있어서 깨지 못했고, 그렇게 이어진 술자리가 결과적으로는 위로를 받는 자리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계획된 식사였지만, 우리에게는 서로의 상황을 말없이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해임통보를 받았다고 해서 이미 잡아둔 약속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는 없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도 중요했고, 원하지 않은 자리에 참석하는 일은 예전부터 익숙했습니다. 어느새 그런 선택들이 제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오후 2시가 조금 지난 시각이었습니다. 오전에 찾아왔던 그 부장님이 다시 와서 제게 시간이 되는지 확인하더니, 잠깐 나와보자고 했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이 그를 따라 나섰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지금부터 ○○○ 상무님의 환송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순간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임원 퇴임 환송회를 사무실에서, 그것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장면이었고, 그래서 더 당황스러웠습니다. 감사하다는 말 외에는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부장님이 준비한 간단한 순서에 따라 기념품을 전달받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며칠 뒤에는 저녁 회식 자리도 따로 마련해 주었습니다. 직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웃기도 했지만, 그 시간 내내 마음 한편이 묘하게 무거웠습니다. 고맙다는 감정과 함께, 이제 정말 끝이라는 사실이 조용히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집 방향이 다른 직원들은 먼저 귀가했고, 몇 명의 직원들과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이야기를 나누다 밤 10시쯤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그날 하루는 예상보다 길었고, 생각보다 따뜻했습니다.


사무실을 나오며 생각했습니다.
임원으로서의 마지막이 이렇게 마무리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직함은 내려놓았지만, 관계는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고마웠고, 그래서 더 조용히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언젠가 이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직원들을 따로 불러 식사를 대접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이전 08화결혼식장에서 느낀 낙인(烙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