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말씀드리다

12회 '계약만료'라는 단어 하나로 숨이 트였다

by 베풂과 행복

12일 차. 부모님께 말씀드리다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는 주인공이 가방과 박스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는 장면이 나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아내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아내는 팔을 크게 벌리며 말합니다.
“고생했다. 김 부장.”

주인공은 그제야 “미안하다”라고 말합니다.


제가 주인공과 비슷한 상황에서 보니 감정이입이 배가(倍加)되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많은 부부가 비슷한 순간을 겪을 것입니다. 아내의 심플한 위로는 남편에게 큰 고마움과 정신적인 안정감을 줍니다.


이제는 부모님께 말씀드릴 때가 되었습니다. 적절한 표현이 무엇이 있을지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잘렸다, 그만두었다, 퇴사했다’라는 단어는 말씀드리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계속 고민하던 중 ‘계약만료’라는 좋은 단어를 찾아냈습니다. 역시 생각을 하면 방법이 보이기 마련입니다. 부모님을 뵈었습니다. “저 임원계약이 만료되었습니다. 이달 말까지 출근합니다.”


어머님께서는 “고생했다. 지금까지 쉬지도 못하고 일만 했으니 이제 여행도 다니고 편하게 살아라. 그리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살아라. 이제는 덕을 쌓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동안 혼자서만 짊어지고 있던 짐을, 처음으로 내려놓은 기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언제 말씀드릴지 고민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머님이 웃으면서 말씀하시니 그간 말씀드리기를 주저하며 마음고생을 한 것이 시원하게 날아갔습니다. 어머님께, 마음으로 감사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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