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에서 느낀 무력감

14회 회사 밖에서는 모두가 처음이었다

by 베풂과 행복

14일 차. 주민센터에서 느낀 무력감


동네에 있는 주민센터에 갔습니다. 전입신고와 차량 매수를 위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서였습니다. 별일 아닐 거라 생각했던 일입니다. 그래서 주민센터에 가기 전에 일체의 문의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전입신고서를 작성하고 번호표를 뽑았습니다. 곧 제 번호가 불렸습니다. 창구 앞으로 갔습니다. 그 직원은 전입신고서를 보더니 몇 가지가 잘못되었다고 했습니다. 수정할 사항을 표시해 주며 다시 작성해오라고 하였습니다.


창구 옆에 서서 서류를 다시 들여다보았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다시 읽어보아도,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주민센터 직원이 저를 불렀습니다.

“선생님, 그 서류 이쪽으로 가져오세요.”


서류를 건네자 직원이 물었습니다.

“세대주분 도장 가져오셨어요?”
“아니요. 안 가져왔습니다. 다시 가져오겠습니다.”


집에 돌아가 도장을 챙겨 다시 주민센터로 왔습니다. 왔다 갔다 하는 사이 이마에 땀이 맺혔습니다. 전입신고는 매끄럽지 않게 마무리되었습니다.


다음은 인감증명서 발급이었습니다. 직원은 자동차 매도 여부를 물었습니다. 저는자동차를 매수할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모든 용무를 마치고 주민센터를 나섰습니다.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마치 내가 갑자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늘 판단하던 사람이었고, 질문을 받기보다는 질문을 하던 쪽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서류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지하철역으로 걸어가며 혼잣말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해서 세상 어떻게 살아가겠냐.’


그날 주민센터에서 만난 것은 서류도, 행정도 아니었습니다. 회사라는 보호막이 사라진 뒤의 제 자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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