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무렵 걸려온 전화, 해임 통보

1회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던 오후 5시 12분

by 베풂과 행복

1일 차. 퇴근 무렵 걸려온 전화, 해임 통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회의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회의 자료를 확인하고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Q&A)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오후 5시 12분, 전화 진동벨이 울렸습니다. 인사담당 임원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잠깐 뵐 수 있을까요?”


느낌이 좋지 않았습니다. 퇴근이 다가오는 시간에 전화해서 잠깐 보자는 이야기는 좋은 내용이 아닐 것이라고 느꼈습니다. 인사담당 임원실로 갔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예전에 같이 웃으면서 이야기할 때에는 좋았는데 이런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입니다. 돌려서 말하지 않겠습니다. 해임을 통보합니다”


인사담당 임원은 본인이 이런 내용을 전달하게 되어 불편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약 3분 정도 지났습니다. 더 이상의 대화는 무의미하였습니다. 그도 계속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보였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선배 임원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해임 통보를 받고 ‘앞이 깜깜해졌다, 멍해졌다’는 분도 계시고 ‘내가 왜 나가야 하느냐?’며 사장님께 따지는 분도 계셨다고 합니다. 저는 그냥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른 임원과는 달리 며칠까지 근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당부가 있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같이 일했던 직원들과 정리할 시간이 있으니 다행이었습니다.


저는 사무실로 돌아와서 회의자료를 모두 덮고 퇴근했습니다. 이대로 집에 가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이미 예매해 둔 ‘누구나 클래식’ 공연을 보러 세종문화회관으로 갔습니다. 공연 내내 음악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습니다. 소위 ‘멘털 붕괴’ 상태였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오면서 혼자서 중얼거렸습니다. ‘특별한 문제도 없었고 맡은 일을 잘 처리해 왔는데...’

이전 01화Pro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