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아무 일 없는 척해야 했던 하루
2일 차. 해임 통보를 받은 다음 날, 점심과 저녁
아침 일찍 경영회의를 하였습니다. 해임 통보를 받은 임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가 아주 어색했습니다. 사장은 회의에 집중하지 않은 임원을 질타하였습니다.
회의가 끝나자 해임 통보를 받은 어느 임원은 개인 사물을 정리해서 박스를 들고 회사를 떠났습니다. 급하게 떠나는 그의 모습이 쓸쓸해 보였습니다. 남의 일 같지 않았습니다. ‘저 임원도 열심히 일을 했었는데 저렇게 떠나는구나!’
점심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의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하여 오래전에 정했던 선약을 깨뜨릴 수 없었습니다. 예전에 근무했던 직원들과 점심을 같이 하였습니다. 밥맛이 없었습니다.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고 농담도 하고 웃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녁 자리가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는 퇴임 통보를 받은 임원도 있었습니다. 분위기가 침울했습니다. 우선 해임통보를 받은 사실을 가족들에게 언제 이야기할지 걱정이라고 했습니다. 그 임원은 부모님께 불효를 한 것 같다며 말을 흐리고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는 동석자들이 불만을 늘어 놓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임원 해임기준이 무엇이냐? 정치인들은 살아남고 묵묵히 일하는 임원을 내쫓는 것 아니냐? 일도 못하고 직원들 평판도 좋지 않은 임원은 승진까지 한다고 하니 회사가 미쳐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여러 분들이 퇴임하는 임원들을 위로하기 여러 가지 험한 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말들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이런 분위기에서는 임원을 오래 하려면 실력은 필요 없고 정치를 잘해야 한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수긍이 갔었습니다. “원래 회사는 일 잘하는 사람보다 정치적이고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이 승승장구하지 않습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이던 직원이 인상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