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 사람들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4일 차. 대인기피증의 시작
해임 통보를 받은 것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저는 계속 창피했습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고개를 숙이고 스마트폰 화면만 들여다봅니다. 한낮에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주민들을 마주치는 일조차 불편했습니다.
동료 임원, 학교 동창, 친구들과 연락하기도 꺼려졌습니다. 여전히 임원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을 누군가를 떠올리면, 괜히 마음이 더 불편해질 것 같았습니다. 저는 이미 남들의 시선 속에서 점점 작아지고 있었습니다.
이상했습니다. 마음이 가라앉았다가, 아무 이유 없이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이 감정은 반복되었습니다. 새벽마다 잠에서 깼고, 깊은 잠을 잘 수 없었습니다.
‘내가 왜 해임된 걸까.’
곱씹어 보다가, 특정 임원과 친하게 지내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생각은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저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찾아온 것일까요.
얼마 전 만났던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오랜만에 식사하자는 연락이었습니다. 그분은 저의 사정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저는 조심스럽게 저의 상황을 털어놓았습니다.
“오늘 만남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분은 정색을 하며 말했습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세요. 앞으로도 계속 볼 겁니다.”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데도 잔을 계속 비웠습니다. 비가 내렸고, 정신은 점점 흐려졌습니다. 술로 풀릴 기분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에, 그만 마시자고 스스로를 말렸습니다.
1차는 곱창집, 2차는 와인이었습니다. 그분은 사회생활을 하려면 정보와 네트워크, 그리고 인간관계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날 밤, 저는 오랜만에 누군가에게 사람으로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