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록군 Mar 02. 2022

누가 공보물을 보고 대통령 후보를 선택할까?

얼마전 집으로 대선후보 공보물이 왔다. 모든 우편함에 하나씩 꽃혀있는 공보물. 예전 같으면 그냥 펼쳐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한번 보기라도 하자 하고 펼쳐 봤다. 아무래도 나의 관심사는 이재명과 윤석열의 공보물 이었다.


특히 이번 대선은 나도 관심이 많아서 모든 후보들의 공보물을 읽어봤다. 그리고 다시 이재명과 윤석열의 공보물을 읽어봤다. 그렇게 몇번을 훑어보니 차이가 느껴졌다. 공보물은 분명히 최종적으로 후보의 승인을 받았을 것이다. 


특히 10년이상 광고와 마케팅을 하는 사람으로서 마케터의 입장에서 공보물을 한번 이해해 보고자 한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임을 바탕으로 한다. 


공보물의 타겟은 누구인가?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공보물을 만드는 이유 일 것이다. 이것을 보고 당연히 후보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제작할 것이다. 그렇다면 공보물을 보고 후보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흔히 말하는 '중도' 일 것이다. 이미 민주당, 국민의힘, 이재명, 윤석열을 정한 사람들은 공보물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것이다. 설령 자기가 선택한 후보의 공보물이 엉성하고, 부족해도 그것때문에 마음을 바꾸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직 누구를 정할지 확신을 하지 못하는 유권자에게는 이 공보물이 큰 영향을 끼칠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공보물을 보면서 그 확신이 커졌다. 


일단 표지를 비교해보자.

이 표지를 보고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프리젠테이션 역사상 가장 실수라고 말했던 장면이 떠 올랐다. 스티브잡스가 망해가던 애플에 복귀한 후, 애플의 향후 비전을 소개하는 프리젠테이션 이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MS가 애플에 투자를 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때 이렇게 라이브로 스티브 잡스 뒤의 거대한 스크린에 빌게이츠가 깜짝 등장한다. 둘은 화기애애하게 향후 비전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눈다. 


하지만 후에 스티브 잡스는 이 장면을 두고 두고 후회했다. 화면 구성을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해서, 시청자들에게 자신이 빌게이츠에 비해서 너무 작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빌게이츠가 마치 애플과 자신의 구원자 처럼 보이게 했다는 것이다. 


물론 위에 것과 비교할 것은 아니겠지만, 아래 처럼 두 후보 공보물의 표지를 나란히 놓고 보자. 어떻게 느껴지는가? 일단 이재명의 표지에서는 이재명의 웃는 표정과 위기에 강한! 유능한 경제대통령 이재명이란 카피와 밝은 노랑색의 숫자 1이 확실하게 눈에 들어온다. 민주당의 색은 파랑색이지만 기호번호 1은 노랑색으로 표현했다. 배경의 흰색과 숫자에는 노랑색을 사용해서 밝고, 희망의 느낌을 주려고 한 것 같다. 


윤석열 후보의 표지는 어떤가? 

만약 윤석열 후보의 공보물만 따로 보면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물론 표지 자체가 너무 어수선하다. 잡지 형식으로 다른 컨셉을 잡으려고 한 것 같다. 문제는 폰트 사용이 너무 다양하다. 폰트는 정말 전문가들이 잘 써야 한다. 특히 다양한 폰트를 섞어 쓸때는 조심해야 한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의 표지에는 고딕, 명조체가 혼합되어 있다. 뭔가 독특하게 시도한 것 같긴 한데 완성도가 떨어진다. 


나는 디자인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학생때 시각 디자인을 전공했고, 특히 타이포 그래피에는 관심이 많다 그런 아마추어 관점이라는 것을 밝힌다.


무엇보다 이렇게 두 표지를 나란히 놓고 보면 이재명 후보의 공보물은 단순 명확해 보이는 반면, 윤 후보의 표지는 뭔가 말은 많은데 어지럽다. 특히 기호와 이름이 명확하게 대비된다. 인물의 크기도 크게 대비된다. 




2. 첫 장


기본 정보와 함께 소개글 정도가 될 것 같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삶의 흐름에서 이겨냈습니다, 꿈꿨습니다, 책임을 다했습니다, 해내겠습니다. 로  카피를 맞췄다. 상세한 내용을 잘 읽지 않은 대다수의 독자를 고려한 듯하다. 

윤석열 후보는 자신을 전국민에게 알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를 카피로 했다. 


2. 2장 

둘째 장부터는 두 후보 공보물의 차이가 명확하게 들어난다.  '무능'에는 빨간색을 사용하고, '실력'에는 파랑색을 사용하는 디테일도 눈에 보인다.  

윤석열 후보는 감성적인 사진을 중심에 놓고 있다. 


3. 3장 

이재명 후보는 '이재명이 했다, 이재명이 한다' 라는 카피로 그가 실제로 시장, 도지사로서 실행한 공약과 성과를 핵심만 요약 했다.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되면 이재명은 이런걸 한다. 라는 내용을 단순하게 전달하는데 집중했다. 



4. 4장

이재명 후보는 글로벌 G5이라는 핵심 목표를 이루기 위한 공약에 집중한다. 과학기술, 디지털, 에너지, 제조업, 중소벤처, 교육 대전환이라는 소 제목에 각각 3개씩 세부 공약을 전달 한다. 이때 이 세부 공약을 세세하게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이다. 그래도 이렇게 3개씩 요약해두니 눈에 들어온다. 


윤석열 후보는 공보물 컨셉처럼 잡지 인터뷰처럼 작성한다. 


5. 5장 

이재명 후보는 계속 공약에 집중한다. 이번 장에서는 청년세대에 대한 공약에 집중한다. 세부 내용은 잘 읽지 않는다고 해도, 이재명 후보의 트레이드 마크와 같은 '기본'시리즈는 다시 한번 각인된다. 


윤석열 후보도 청년 문제를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이 글을 다 읽는 사람이 있을까? 읽고나서 무엇이 떠오를까는 의문이다. 


6. 6장

이 페이지에서 이재명 후보는 자영업자, 여성, 성평등, 노인문제, 농촌문제등에 대한 공약에 집중한다. 

윤석열 후보는 안보를 이야기 한다. 


7. 마지막 장 

이재명 후보는 '유능한 경제대통령, 준비된 안심대통령' 이란 카피로 마무리 한다. 

윤석열 후보는 이 마지막 장에 와서야 공약을 집대성 한다. 문제는 이 공약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너무 많은 내용이 들어있다. 이렇게 되면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욱 무슨 이야기를 하지는 모른다. 마치 보험 약관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게다가 타이틀은 빨간색 바탕에 흰색 명조체로, 내용은 고딕체를 사용한다. 펼쳐진 오른쪽 페이지의 상단은 비어있다. 완성도가 떨어져 보인다. 


8. 뒷 면

이재명 후보는 일, 경제 키워드에 집중한다.

윤석열 후보는 '정권교체'에 집중한다. 


총 평 

이재명 후보의 공보물도, 윤석열 후보의 공보물도 5번 이상씩 읽었다. 이재명 후보의 공보물을 보고 나면 이재명이 확실히 일은 잘하네 라는 인식이 든다. 특히 나는 이재명은 했다, 이재명은 한다 라는 페이지가 좋았다. 이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공약' 이란 것에 대한 인식을 바꾼다. 


우리는 대부분 대통령 공약이라고 하면 '그거 누가 지켜' 이런 생각을 하지 않나. 그런데 이재명은 했다. 를 보면 이재명은 공약을 역시 잘 지키네라고 생각하게 되고, 이어지는 이재명은 한다.를 보면서 이런 공약을 하겠네 라는 믿음이 든다. 물론 그래도 믿지 못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최소한 인식은 시킬만한 장치라고 생각이 든다. 최소한 이재명은 했던 성과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반면 윤석열 후보의 공보물은 윤석열 개인의 감성에 지나치게 치우친 느낌이 든다. 물론 담당 팀에서는 잡지컨셉으로 차별화를 하고, 그 안에도 윤석열 개인의 진심을 전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 한편으로는 '윤석열은 한게 뭐지?' 라는 의문을 들게 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공약이 마지막 페이지에 (이건 제대로 읽으라고 하는건지 마는건지) 정도로 나오는 걸 보면, 공약에 대한 믿음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누가 공약보고 찍어 라는 전략으로 이랬을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중도층) 입장에서 보면, 점수를 잃을 부분으로 보인다. 


중도층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크다고 하지만, 이 중도층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경제다. 그렇다면 경제에 대한 방향성과 비전을 제대로 공보물에서는 제대로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다. 


직업적 특성상 공보물을 읽고 났을때 기억에 남는 것을 떠올려 본다. 그리고 어떤 공보물이 더 타겟에게 어필 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내 생각은 다음과 같다. 


타겟팅 : 이재명 승

분명히 이 공보물의 타겟은 아직 결정못한 중도층이다. 중도층에게는 이 사람이 정말 잘 했고, 잘하겠구나. 최소한 공약은 지키겠구나 라는 인식을 심어주는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측면에서 공약과 비전을 페이지마다 전체 국가 비전 -> 청년 -> 약자.. 순서로 요약하고, 집중한 이재명 후보 공약 집이 뛰어나다) 


첫 페이지 : 이재명 승 

윤석열 후보 공보물을 만든 팀의 인터뷰를 봤다.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란 카피 밑에 윤석열 후보 사진이 들어간 것을 보고, 국민아래 있다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이 말에 솔직히 공감이 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첫 단락에서 이야기 한것처럼 이재명 후보의 공보물과 나란히 놓고 보면..... 


윤석열 후보 입장에서 더 문제는... 

이재명과 심상정사이에 끼인 느낌이다.. (물론 개인적인 느낌이다.)


디자인/카피/레이아웃 : 이재명 승 

이재명 후보 공보물은 전체적인 레이아웃 대칭과 카피의 명확성이 탁월하다. 기호는 그림자가 들어간 노랑색으로 내용에서 키 카피는 더불어 민주당 색상을 키 컬러로 사용했다. 무엇보다 각 공약을 단계별로 정리한 것이 좋게 보인다. 


윤석열 후보 공보물은 잡지책 컨셉으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하려고 했다. 이 시도는 좋다. 하지만 타겟에 대한 생각이 깊었을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내용이 너무 길다. 이 내용을 차근히 읽고 공감하면 윤석열 후보에 대한 호감을 갖게될것이다. 아마 그것을 노렸을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세세하게 읽는 타겟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세세하게 읽는 유권자라면 이미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 지지자일 확률이 높을것이다.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자 판단이다. 하지만 그 판단으로 봤을때 최소한 이재명은 '한 게' 보인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는 '한 게' 보이지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 고객에게 답이 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