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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록군 Jan 04. 2020

07. 공황장애를 배우다(2)

원인에 너무 집착하지 말 것.

"오빠 내가 가장 궁금한게 뭔 줄 알아?"

"그래서 이 공황장애가 나한테 왜 생겼을까 하는거야, 난 스트레스를 그렇게 받지도 않고, 문제 될 만한게 없는데 왜 나한테 이런 병이 생겼을까? 그게 치료 보다도 더 궁금해"


공황이 온 후에 아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다. 나도 궁금했다. 연예인들은 워낙 신경에 예민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생기는 만큼 왠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왜 내 아내에게 공황이 왔을까. 자타공인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고, 만사가 즐거운 사람인데 왜 그럴까. 물론 이번에 여행을 하면서 예민하고 두려움이 많구나 라는 생각은 했다. 다 사람사는덴데 뭐가 저렇게 두려울까. 라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정도는 누구나 갖을 수 있는 걱정이지 않은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린 함께 옛날 옛적 여행을 하게된다. 아내의 어린시절, 기억에 남는 순간, 두려웠던 순간, 집안일... 그렇게 가다보니 어느 순간 이게 정말 중요한가. 물론 찾으면 좋겠지만 왠지 한곳에 힘을 모으기도 힘든판에 힘을 빼고 있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원인에 대해서 끝없는 고민하다 보면 아내의 우울감 지수도 높아졌다.


아직 중대병원에서 초진을 받기로 한날까지 일주일이 남아있었다. 기다렸다 병원에가서 상담받기까지 기다리는것이 길고 길었다. 다행히 책에도 이런 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부분을 함께 읽고, 나누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일단 공황장애는 왜 생기는 걸까에 대한 내용을 요약해 보면 
- 원인에 대한 가설이 많다. 
- 가설이 많다는것은 원인을 정확하게 모른다는 말이기도 하다.
- 상황을 추적할 수는 있지만 단언할 수는 없다. 
- 신체적, 심리적인 취약성은 있을 수 있다.
- 병에 가족력이 있는것처럼 유전적, 환경적 영향에 따라 취약성이 있을 것이다. 
- 취약성은 불가항력적 요소이다.
- 중요한것은 대처방식이다.
- 회피하지 말고 수용하고 부딛혀야 한다. 
- 원인을 제대로 파악했다고 생각한 환자가 있다. 
- 치료를 잘 받고 완쾌돼 안심했지만, 얼마후 다시 재발한 경우가 있다. 
- 공황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 공황의 발생보다는 대처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 물론 재발방지, 취약상황 개선등을 위해 원인을 아는것은 필요하다.
- 하지만 더 중요한것은 원인은 추측일뿐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 감기를 예로 들어보자.
- 우리가 감기를 두려워하지 않는것은 왜일까. 
- 감기에 걸리는 원인은 굉장히 다양하다. 
- 원인이 어떻든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대략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 공황장애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공황환자들이 아내와 비슷한 궁금증을 갖을수 밖에 없을것이다. 간혹 너무 그 원인에만 집중하면서 더 상황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는 듯 하다. 나도 아내가 그런 상황에 빠지지 않을지가 걱정이 됐다. 물론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중요한것은 공황이 온다고 해도 내가 잘 대처하고 이겨낼 수 있다는것이 아닐까. 물론 난 이 말을 이렇게 논리적으로 잘 하지 못해서 아내의 마음을 상하게 하기도 한다. 가끔이 아니라 자주. 그래서 미안하다.


부처님이 사바티의 기원정사에 계실때 세계는 영원한 것인가, 유한한 것인가, 생명이 곧 육체인가, 여래에게는 최후가 있는가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심하는 말룽캬라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독화살을 맞아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받고 있는 어떤 사람이 그 순간 '아직 이 화살을 뽑아서는 안 되오. 나는 먼저 나를 쏜 사람이 누구인지, 성은 뭐고 이름은 뭐라 하며 어떤 신분인지 알아야겠소. 그리고 그 활을 뽕나무로 만들었는지 물푸레나무로 만들었지는지 알아야 겠고. 또 화살 깃이 매털로 되었는지 닭털로 되었는지도 먼저 알아야겠소.' 라고 한단 말인가. 이와 같이 따지려고 든다면 그는 그것을 알기도 전에 온몸에 독이 퍼져 죽고 말것이다."


중요한것은 고통의 원인과 결과를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그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하다. 공황장애도 마찬가지다. 시어머니 때문에 왔던 남편때문에 왔던 아들때문에 왔던 유전적인 이유로 왔던 일단 진단이 되면 어떻게 치료할지가 더 중요하다. 원인은 추측할 수 있을 뿐이지 명확하지 않다. 원인을 아는것이 내 문제를 설명하는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치료 자체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극복할지에만 일단 최선을 다하자. 는 내용이었다.


물론 아내에게 말할때는 그 마음을 공감하면서 부드럽게 잘 이야기를 해야 한다. 중요한것은 일단 자신의 상황을 공감해준다는데 있다. 그런데 난 너무 팩트폭행하듯이 이야기 하다 오히려 기분을 상하게 하는경우가 많았다. 그 근본에는 그 상황을 내가 겪어본적이 없다는게 컸다. 감기나 외상이라면 그 아픔을 내가 겪어봤기에 그 상황을 느낄 수 있을텐데, 공황이라는것을 경험해본적이 없는 나의 한계가 가끔 들어난다. 해결방법이 뻔한데 왜 자꾸 그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냐면서 말이다. 공황을 겪으면서 남편으로서 내 자질에 대해서도 고민을 함께 하게 되는 날이 부쩍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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