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꼭 먹어야 할까?
아내가 공황장애를 처음 경험한 이후로 쓰나미 같던 몇일이 지났다. 그때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 없이 순간을 잘 넘기는것이 과제였다. 둘다 그것에만 집중했다. 어느정도 쓰나미가 지나자, 3가지 궁금증의 파도가 밀려왔다.
1, 2번에 대해서는 앞에서 설명했다.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 중요한것은 공황이란 순간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라는 결론이었다. 앞으로는 치료를 잘 해가는것이 중요하다는것은 우리 모두 공감한 만큼, 당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약' 에 대한것이었다. 정신과에서 먹는 '약'이라고 하면 이유모를 두려움이 먼저 다가왔다. 아스피린, 게보린 같은 상비약과는 그 무게감이 달랐다. 아내도 그렇고 나도 그랬다. 가능하면 약을 먹지 않고 치료하는게 가장 좋지 않을까.
책에서는 이 상황 역시 감기와 비교해 설명한다.
- 만약 우리가 감기에 걸린다면?
- 약을 먹지 않고도 치료할 수 있다.
- 감기의 원인이 추위던, 누적된 피로던, 바이러스 감염이던 명확하게 판단이 안된다 해도
- 그로인한 오한, 콧물, 기침등의 증상을 줄이고, 좀 더 빨리 낫기 위해서 약을 복용한다.
- 공황장애도 마찬가지다.
- 어떤 이유던 공황이 오면 자율신경이 예민해진다
- 한번 예민해진 신경계는 반복되는 경험으로 그 강도가 강해진다.
- 이런 예민함을 줄이는데 약이 필요하다.
- 또 지금까지 알려진 생리적인 원인을 조절하기 위해서도 약이 필요하다.
- 신체적인 증상이 반복된다면 아무리 생각을 바꾸고 심리적 안정을 가지려고 해도 힘들기 때문이다.
- 하지만 약물만으로 치료시 재발 가능성이 커지며, 과도한 의존증의 문제등이 있다.
- 그래서 가장 권하는 방법은 약물치료와 심리치료(인지행동치료)를 함께 하는 것이다.
- 공황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는 대처방법을 함께 습득하는 것이다.
"약만 복용했을 경우는 재발했을 때 당황하게 되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약을 복용할 수밖에 없지만 인지행동치료를 받고 공황을 알고 공황에 대처할 수 있으면 다시 경험해도 그것이 공황장애로 발전하지 않고 스스로 조절 할 수 있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인지행동치료를 약물치료와 함께 받으면 인지행동치료 기간내에 약을 끊는 경우가 많고 약을 먹은지 오래된 사람도 인지행동치료가 끝나고 2~3개월 이내에 대부분 약을 끊게 됩니다. 치료기간이 단축되고 재발의 위험도 많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지요."
(출처 : 굿바이 공황장애)
아직 병원에 가는 날까지 일주일이 남아있었다. 그때까지 이 책이 주치의 역할을 했다. 물론 모든 내용이 완벽하다고 볼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우리가 갖고 있던 막연한 두려움을 이겨내기엔 충분했다.
그래! 공황도 그냥 감기일 뿐이야. 당신은 그냥 독한 감기에 걸렸을 뿐이야. 약 먹고, 밥 잘먹고, 잘 자면 낫는 감기처럼 말야. 이것도 약 먹고, 인지치료 잘 하면 나을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쓸데없는 걱정은 오히려 독이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