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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록군 Jan 04. 2020

09. 공황장애를 배우다(4)

일단 호흡부터

책에서는 특히 호흡법에 대해서 강조를 하고 있었다. 평소 가벼운 요가(라기보단 스트레칭에 가깝다) 명상(이라기보단 숨쉬기에 가깝다) 을 즐기는 나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었다. 왜냐하면 아내는 그동안은 내가 아무리 같이 하자고 해도, 그런 날 보면 스님같다느니, 이상하다느니 코웃음치기 일쑤였다. 


"여보~ 이 책을 보니까 명상과 복식호흡이 큰 도움이 된데"

"정말?"

"이것봐! 공황시 복식호흡이 중요한 이유라고 써있잖아. 평소에 편하게 호흡하는 방법을 연습을 해두는게 치료에 굉장히 중요하데, 호흡조절 팁도 있다. 이거 같이 연습해보자" 

"그..그래..!" 


평소같았으면 거들떠 보지도 않았을 말에 아내는 반응했다. 물론 환영은 아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이 없는게 가장 좋겠지만, 일단 벌어진일을 어떻게 할까. 오히려 긍정적인 면을 찾으려는게 만고의 진리인것 처럼,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아내가 명상을 시작한다면 그건 예상치 못한 수확이다. 공황 쓰나미가 우리를 덮친후에 처음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다. 


공황의 순간의 가장 큰 문제는 과호흡이다. 호랑이에게 쫒겨서 수백미터를 전력으로 달린 상태인것이다. 문제는 호랑이에게 쫒기는 상황과는 다르게 몸이 실제로 그 만큼의 산소를 사용하지 않는것이다. 과하게 축적된 산소가 신체의 불안을 일으킨다. 그래서 호흡을 안정화 시키는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이 호흡을 안정화시키는 연습으로 명상과 단전호흡 만한게 없다. 는 것이었다. 

 

밤이 되자 2층 거실에 요가 매트를 깔았다. 촛불을 켰다. 10분짜리 가벼운 요가 영상을 틀었다. 어색한 몸동작을 시작한다. 아주 기본적인 요가 자세지만 처음하는 아내에게는 어색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굳었던 몸이 풀리는 기분이 든다. 몸이 따뜻해진다. 촛불이 더 은은하다. 10분의 몸풀기가 끝난다. 다시 10분짜리 잔잔한 음악을 틀었다. 양반다리를 한다. 손을 무릎위에 두고 눈을 감는다. 자세는 훨씬 편해진다. 살짝 눈을 뜨고 힐끗 아내를 봤다. 아내도 아주 편안한 모습이다. 음악과 호흡만 들린다. 


 "아~~ 좋다! 왜 오빠가 이걸 하는지 알겠다. 마음도 굉장히 편해졌어! 이제 매일 같이하자" 음악이 끝나자 눈을 뜨고 아내가 말했다.  그래도 하나씩 방법을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몸 상태가 개선된 이후로는 한번, 두번 빠지더니 외면하기 시작했다. 잠자기전에 2-30분의 시간이지만, 가끔은 그게 정말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달래서 시키는것도 한계였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 찾는다고 다시 상태가 안 좋아지면 안 시켜도 하겠지. 더불어 너무 급하게 서둘지 말자고 되내였다. 


조금은 가까워졌다고 생각된 길이 멀어지는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긴했다. 그러나 어쨌던 아픈 사람은 아내니까, 힘든 사람도 아내니까, 일단 당분간은 기분 좋도록 최대한 맞춰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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