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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록군 Mar 05. 2020

못 달리는 타다의 아쉬움

지금으로부터 10년전인 2010년 1월 4일. 정말 눈이 미치도록 내린 날이다. 청담동 거리에서 누가 스노보드를 탔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였다. 이날은 신입사원 연수에 들어가는 날이었다. 그런데 이날을 기억하는 것은 또다른 이유가 있다. 


아침 9시쯤에 버스를 배정받고 출발했다. 우리팀은 용인에 있는 삼성 인재 개발원으로 향했다. 창밖은 온통 하얀 눈밭이었다. 정말 이렇게 눈이 내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눈이 하늘부터 땅까지 덮었다. 버스는 걸어갔다. 이 정도 속도라면 나가서 걸어가는게 빠르겠다 싶을 정도였다.


정오가 됐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출발한지 3시간 가까이가 됐는데, 그래도 이제 도착할때 안됐을까?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어서 우린 답답했다. 그때 동기 형이 폰을 꺼냈다. 나도 모르게 와~ 하고 탄성을 냈다. 아이폰이었다.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지 2년이 지났지만 한국에서 본 건 처음이었다. 형은 아이폰을 켜고 지도에서 우리의 위치를 확인했다. 이런게 돼? 난 또 놀랐다. 그리고 절망에 빠졌다. 한남대교 위였다. 


이것이 아이폰에 대한 내 첫번째 인상이었다. 당시에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위한 로비가 상당했다고 한다. KT가 아이폰을 들여온 후 삼성전자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졌다, 삼성전자가 SKT에 요청해 아이폰 출시를 늦춰달라고 했다, 등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열심히 막고 있었지만 둑이 한번 뚫리자 엄청난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국산품을 사용하자같은 운동따윈 전혀 먹히는 시대가 아니었다. 애니콜, 초콜릿폰의 성공은 잊혀졌다. 삼성, LG, 팬택등 우리나라 핸드폰 제조회사는 아이폰이 들어온 후 1-2년은 정말 속수 무책이었다. 그래도 삼성전자는 빠르게 대응했다. 갤럭시 1,2까지는 부족했지만 S3부터는 큰 성과를 만들었다. S3 광고를 위해서 출시전에 미리 받았다. '오 이건 괜찮네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LG는 지금도 힘들어 하고 있다. 팬택은 사라졌다. 


아이폰은 세상을 완전히 바꿨다. 그리고 우린 지금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 없이 살기 어렵다. 업무에서 슬랙과 노션은 필수다. 그리고 이 서비스는 모두 미국 회사들의 것이다. 알파벳(구글), 애플, 아마존, MS 이 회사들은 각각 시가총액이 1000조에 육박한다. 코스피의 시가총액이 1300조원 정도 된다. 코스피에 등록된 775개 회사의 시가총액을 더해도 애플 하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개월간 가장 이슈가 된 주식도 아마 테슬라 일 것이다. 현대차가 아닌 미국의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 대부분을 넘은지 오래다. 이제 도요타를 따라가고 있다. 전기차가 바꿀 미래를 테슬라를 통해 보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당연히 달갑지 않을것이다. 하지만 막을순 없다. 지연을 어떻게든 시켜도 결국엔 뚫릴 것이다. 10년전 아이폰과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방법은 스스로 혁신하고 경쟁에서 이기는 것 뿐이다. 


혁신과 경쟁은 전세계에서 일어난다. 빌 게이츠는 가장 두려운 대상을 “창고에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있을 인재”라고 했다. 사실 미국만큼 문제가 많은 나라도 없다. 하지만 개척정신과 스타트업과 정당하게 성공한 사업가에 대한 인정문화는 정말 높게 본다. 그리고 이런 사업가를 보고 어린 인재들은 꿈을 키운다. 이런 문화위에서 계속해서 또다른 구글, 애플, MS, 페이스북이 태어난다. 


만약 한국에서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 어떤 답이 나올까.


타다의 비즈니스를 원천 봉쇄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타다는 사업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난 VCNC에서 타다에 깊이 관여도 하지 않았다.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때문에 회사를 다닐때도, 지금도 타다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이제 타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온전히 타다가 잘했다고 말할 생각은 없다. 타다는 스타트업인 VCNC가 모빌리티의 미래를 그리면서 시작했다. 10년 전 눈밭위에서 충격을 받았던 나는 지금도 나에게 친정같은 회사에서, 작지만 뛰어난 동료가 많았던 VCNC의 비전에 매료됐다. 대리도 달지 못하고  VCNC에 합류했다. 물론 그땐 비트윈이란 서비스를 세계 최고의 커플앱으로 만들겠다는 포부에서 였다. 


그래서 난 쏘카와 합병하고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때 솔직히 갸우뚱했다. 일단 모빌리티 서비스는 우리의 역량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두근두근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 우버, 디디, 그랩과 경쟁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온다면, 그리고 그걸 우리가 만들 수 있다면 정말 엄청난 일이 아닌가. 어느정도의 불안감을 안고 타타팀은 서비스 기획부터 수개월을 밤을 새며 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엄청난 바람을 일으켰다. 물론 그 바람에서 예상하지 못한 파편도 튀였다. 


택시 업계와의 갈등은 특히 큰 파편이었다. 여기에서 타다가 실수를 한 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타다는 완성된 기업도 사업도 아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누구도 해보지 않은것을 하면서 사업을 만들어가고 있을 뿐이다.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아직도 갈길이 멀다. 그래도 그 꿈을 바라보며 달리고 있다. 당연히 부족한 점이 많다. 그것을 빠르게 배우고 다시 잘 만들면서 사회에 기여를 하는것이 스타트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흐름이 잘 돌아야 더 좋은 회사와 사업이 탄생하게 된다. 그리고 사회도 함께 더 성장할 수 있다.


택시 기사 분들의 어려움도 당연히 느낀다. 마냥 내가 내 돈 내고 서비스를 받는데 불편하면 될까. 라는 상식만으로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분들은 택시 한대로 아이를 키우고, 가정을 꾸리고, 노후를 준비한다. 그만큼 절박할 것이다. 타다를 타고 가다가 신호를 받고 옆에 선 택시기사가 침을 뱉는것도 경험했다. 이것은 이성적인 제어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것이다. 타다가 택시와 비교했을때 차지하는 비중등을 이야기 해봐야 무의미 하다. 감정의 싸움이 됐고, 누군가는 이를 부채질 하고 있다. 


정치는 이런 불화를 조정하라고 있는것이다. 물론 정치가 상식으로 움직인 경우가 많지 않다. 정치인도 직업이다. 그들에겐 또 가장 중요한 총선이 바로 코앞에 있다. 상당수는 이것을 활용하고 싶을 것이다. '서민(택시기사) 대 성공한 사업가' 이런 프레임으로 만들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난 정치 전문가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지 않고서는 도대체 이 상황이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한 스타트업이 모든것을 걸고 시작한 사업을 이렇게 막는것은 말이 안된다. 최소한 상식으론 말이다. 


모빌리티 혁신은 막을 수 없다. 전기차는 이미 시야에 들어왔다. 멀게 느껴지겠지만 자율주행차는 조금만 달리면 눈에 들어올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구글,우버,디디츄싱 같은 회사들은 이미 훨씬 앞서 나간다. 앞서 나가는 것도 모자라 계속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있다. 대기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무섭게 달린다. 물론 사업의 특수성상 정부, 지차체와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이 앞장서서 원래의 법을 개정해서 서비스를 닫게 하진 않는다. 어찌됐던 이런 혁신과 도전이 계속 일어나야 국가에 이득이 된다는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다. 우리나라도 보수이건, 진보이건, 어떤 정부이건, 어떤 당이건 혁신을 외친다. 인재양성도 외친다. 그렇다면 그분들이 말씀하시는 혁신이 이런건가? 모두 함께 살아갈 방법은 있을텐데 이런 결정이 너무 아쉽다. 


또다른 의미의 코리아 리스크가 추가된것 같다. 정말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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