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록군 Jun 11. 2020

06. 공황장애가 뭘까?

공황을 공부하기 시작하다.

도서관으로  향했다. 공황장애에 대한 책을 찾았다. 공황장애와 관련된 책은 3권정도 눈에 들어왔다. 훓어보다 '굿바이 공황장애'란 책을  뽑았다. 책은 '축하합니다. 당신은 공황입니다.' 라는 얼핏보면 약장사하는 느낌의 챕터로 시작한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이  친절하고 믿음가는 어투로 공황장애의 정의와 치료방법과 사례까지 읽기 쉽게 정리해놨다. 아무런 지식이 없던 상황에서 혼란스러웠던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됐다. 


일단  공황 장애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공황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했다. 책에서는  공황의 정의를 '극단적인  공포감을 느끼면서 신체적인 항진증상과 당황함을 경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에 더해서 공황장애는 1. 이런 공황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나는것 2. 위협요소 하나 없는 오히려 너무나 일상적인 상황에서 갑자기 경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기억을  돌려봤다. 아내의 상황도 마찬가지 였다. 상해로 가는 비행기안에서 두려움을 느끼긴 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은 비행기를 탈때마다  했었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는 힘들긴 했지만 잘 견뎠다. 그런데 아무런 위험도 없던 지하철 안에서 일차적인 반응이 왔다. 더해서  호텔에서 이차 반응이 왔다. 호텔에서 공항으로 가는 택시안에서도 반응이 왔다.  이런 경험이 더해져서 비행기안에서는 극한의 순간이  왔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가는 비행기에서는 참을 수 있었는데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는 왜 그렇게 심각해졌을까?


이런  경험을 겪게되면 크게 세가지 변화가 생긴다고 한다. 1. 언제 이런 공황이 다시 올지 걱정하게 된다. 예기불안 상태이다. 2.  공황이란 순간이 예상하지 못하게 오기때문에 그 결과에 대해서 파국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죽는것 아닐까? 미치는것 아닐까? 이성을  잃게 되는것 아닐까? 같은 생각. 3. 평소에 잘 하던 행동을 하지 못하거나 피하게 된다. 는 것이다. 


이  내용을 아내의 상황에 맞춰봤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상태가 극도로 나빠졌던것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지속적으로 겪으면서 비행기  안에서는 예기불안까지 더해졌던것이 아닐까? 특히 나갈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는 공간이라는 두려움이 불안을 증폭시켰던 것 아닐까?  아내도 말했다. 비행기 안에서 정말 내가 미치는것 아닐까? 죽는게 아닐까? 이성을 잃고 정말 비행기 문을 열고 싶을정도  였다고. 


책에서  말하는 것과 너무 잘 맞아 떨어졌다. 안심이 되는것은 이것이 불치병도 아니고 정신병도 아니라는것이었다. 미치는 경우도 없고 죽는  경우는 더더욱 없다고 했다. 오히려 저자는 공황장애, 공황발작이라는 단어가 연상시키는 상황이 더 문제라고 했다. 발작이라고 하면  간질 환자가 간질이 왔을 때 의식을 잃고 거품을 물고 경련을 하면서 쓰러지는 모습을 연상하게 만들고 장애라는 단어는 평생 고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태를 상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발작과 장애는 공황장애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그저 치려하면 충분히 완치되는 질병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서 그분은 환자들께 공황이 왔다(경험했다) 라고 표현하고  공황장애라기 보다는 공황병이라고 표현하고 권한다고 했다. 


우리도 처음에 공황에 대해서 찾았을때 공황장애, 공황발작이라는 표현을 기본적으로 받아들였다. 그에 따라서 걱정이 더 커졌던것도 있었던것 같다. 오늘 공황을 경험했어라고 표현해보니 한결 가볍게 느껴졌다. 


그럼 그 녀석이 왜 찾아오는 것일까? 


우리 몸이 위험하지 않은 그 순간을 위험하다고 잘 못 판단하는데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늦은밤에 혼자 등산을 하는 상황을 예를 들었다. 


가령  여러분이 늦은 밤에 혼자 등산하고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날은 깜깜하고 아직 가야 할 길은 멀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적막한  가운데 왠지 무엇인가가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이때 갑자기 들짐승이 눈빛만 보이며, 으르렁 거리며 빠르게 당신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싸우거나 도망가기 위해서 우리 몸이 비상사태를 선언하게 됩니다.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혈액을 재 분배  합니다. 운동량이 많이 늘어나는 몸의 큰 근육들로 혈액이 몰리게 됩니다. 머리에도 빠른 판단을 하고 대처방법을 세우기 위해 혈액이  많이 가야 합니다. 피가 모이면 근육이 긴장하고 경직 됩니다. 갑자기 큰 근육에 혈액을 많이 보내주려면 심장은 빨리 뛸 수 밖에  없습니다. 산소의 역할도 중요해 집니다. 혈액의 재분배도 결국은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서 입니다. 당연히 호흡은 빨라집니다.  호흡은 거칠어지고 숨이 차고 호흡을 빠르게 하기 위해 가슴 근육들의 움직임도 많아 집니다. 이때문에 가슴이 뻐근하고 통증도 느끼게  됩니다.


문제는  평범한 상황을 뇌에서 이런 위험한 상황으로 잘 못 판단을 내린다는것이다. 그리고 만약 진짜 짐승을 만난 상황이라면 우던지  도망가면서 비축한 산소를 사용하고 이후에 다시 안정화 시키겠지만,  실제 공황시에는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불안해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라 산소가 적적하게 소모되지 않아 몸에 산소만 많아진 상태가 되면서 과호흡, 어지러움, 질식감등이 나타난다고 한다. 


아내가  공황을 겪던 순간에 내가 특히 무서웠던 순간은 아내의 손을 잡았을때 였다. 손에서 피가 '훅~' 하고 빠져나간것 같은  느낌이었다. 잡고 있던 손의 온도가 여름에서 겨울로 롤러코스터처럼 떨어졌다. 그렇게 차가운 손은 만져 본적이 없었다. '얼음장  같다'는 표현 그대로였다. 정말 몸에 큰 문제가 생긴것 아닐까 라는 생각에 두려움이 들었다. 그런데 그 변화도 이런 혈액의 분배와  관련이 있었다. 


이런 위험 상황에서 혈액은 큰 근육들 위주로 늘어난다. 생명 유지를 위해서 상처가 나기 쉬운곳의 공급은 줄이게 된다. 대표적인 곳이 손발이다. 손발이 한기를 느끼고 저리는것은 이런 이유다. 


정말 인체의 신비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상황이 아니라면 그냥 신기하고 감탄했을것 같다. 그래도 아내 몸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니 막연한 불안은 많이 사라졌다. 책을 읽다가 아래 부분을 아내에게 읽어줬다. 


이렇게  장황하게 신체적인 증상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이유는 공황시에 느끼는 신체적인 증상들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위험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몸을 보호하기 위한 고마운 생리 현상입니다. 저는 치료중에 '제 딴에는' 이란 표현을  씁니다. '제 딴에는'이란 표현은 나름대로 잘하려고 노력했는데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자주 쓰는 말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여자아이가 엄마를 도와주려고 자기 딴에는 엄마 몰래 설거지를 열심히 했는데 그릇을 깨고 싱크대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어서 엄마에게  혼나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옆에서 처음부터 보고 있었다면 엄마에게 뭐라고 하겠습니까? 아마 이렇게 이야기 할 것 같습니다.  "제 딴에는 엄마를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한 것인데 결과가 나쁜 것이니 용서해 주고 오히려 그 마음을 칭찬해 주세요" 라고  말입니다. 공황 시 신체적인 증상도 그렇습니다. 자기 딴에는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몸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노력하는데 결과적으로 몸을 불편하게 만들고 환자를 두렵게 만든는 것입니다. 위험하지 않은데 다소 오버해서 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지 위험한 상태를 의미하거나 위험에 빠지게 되는 과정이 아닙니다. 자 이제 공황이 와서 신체적으로 불편해지면 두려워하지 말고  이렇게 생각하기 바랍니다. '음, 수고가 많다. 제딴에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구나' 라고 말입니다.


" 아 정말 그런거래?" 

아내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작가의 이전글 #05 아내의 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