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황장애라니.
나는 공황장애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고. 간단하게 김구라가 앓았던 병. 연예인들이 많이 걸리는 병 정도로 치부했다. 또 공황발작 -발작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이란 거품을 물거나 눈이 뒤집히거나 기절하거나. 뭐 그렇게 드라마틱하게만 상상했었으니까.
내가 겪은게 공황발작인줄도 몰랐고.
왜 그렇게 두려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처음으로 심하게 인지한것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였다.
상해의 지하철 소음은 유독 컸고. 갇힌 공간 안에서 (내 의지대로 나올 수 있는) 빠른 속도로 지하를 관통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미쳐버릴것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
심장이 쿵쿵 뛰고. 얼굴에 열이 오르고. 어지럽고. 손이 떨렸다.
순간적으로 자제력을 잃을 것 같은..
마치 뱀이 가득한 상자 안에 갇혀있는 듯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뒤엉켜 뭐가 뭔지도 모르는..
이 곳에서 도망쳐야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호텔 방 안에서도,
삐—— 하는 이명 같은 소리에도,
사람 많은 거리에서도,
집 안에서,
비오는 날,
샤워를 하다가,
잠을 자다가 깨는 순간에까지,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처음에 나는 미치는 병에 걸린 줄 알았다.
공황발작이 올 때 제일 큰 증상이 내가 나를 제어 할 수 없다는 느낌이다.
여러 단어가 있겠지만.
지하철만 안 타면. 비행기만 안 타면. 고층 엘리베이터만 안 타면 괜찮을 줄 알았다.
제일 큰 쇼크는 한국에 돌아와 - 비행기 안에서 먹은 수면제. 우황청심원. 아주머니꼐서 주신 공황발작 약에 취해 - 기절 하듯 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솨아아아- 하는 빗소리에 증상이 왔을때였다.
스스로 긍정적이라고. 밝다고 자부하는 나인데... 울고 싶었다.
비행기도 안탔는데 왜 또 이러지? 심하게 예민해 있는채로 오빠와 함께 가까운 병원을 찾아 무작정 걸었다. 증상이 끝나면 안도감에 밝고 신나게 이야기했다. 그러다 또 증상이오면 혼자 입을 다물고 내가 곧 미치겠구나 두려워했다.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정신과 약물을 처음 먹어보는터라. 약의 이름을 검색해 부작용을 읽으며 (약을 먹으면서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우울감이 들 수도 있고. 심하면 자살 충동에 빠진다니.. 약물이 내 생각을 지배할수도 있다는 공포는 공황발작과는 또다른 두려움이었다.
공황장애에 대한 무지는 이상한 상상과 잘못된 정보들.
끝도 없는 두려움 속으로 나 스스로를 밀어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