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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록군 Apr 30. 2020

#05 아내의 생각

내가 공황장애라니. 

상해 지하철의 모습이 드문드문 꿈에 나온다. 


나는 공황장애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고. 간단하게 김구라가 앓았던 병. 연예인들이 많이 걸리는 병 정도로 치부했다.  또 공황발작 -발작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이란 거품을 물거나 눈이 뒤집히거나 기절하거나.  뭐 그렇게 드라마틱하게만 상상했었으니까. 


내가 겪은게 공황발작인줄도 몰랐고.  

왜 그렇게 두려운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처음으로 심하게 인지한것은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호텔로 이동하는 지하철 안에서였다. 

상해의 지하철 소음은 유독 컸고. 갇힌 공간 안에서 (내 의지대로 나올 수 있는) 빠른 속도로 지하를 관통한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미쳐버릴것 같은 공포가 엄습했다. 


왜 이러지?  

무슨일이지? 


심장이 쿵쿵 뛰고. 얼굴에 열이 오르고. 어지럽고. 손이 떨렸다.  

순간적으로 자제력을 잃을 것 같은..  

마치 뱀이 가득한 상자 안에 갇혀있는 듯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뒤엉켜 뭐가 뭔지도 모르는.. 

이 곳에서 도망쳐야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단 2분 동안.  

일생에서 느끼는 모든 두려운 감정을 한꺼번에 경험 한 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호텔 방 안에서도, 

삐—— 하는 이명 같은 소리에도, 

사람 많은 거리에서도, 

집 안에서,  

비오는 날, 

샤워를 하다가,  

잠을 자다가 깨는 순간에까지, 

공황발작이 찾아왔다. 


처음에 나는 미치는 병에 걸린 줄 알았다. 

공황발작이 올 때 제일 큰 증상이 내가 나를 제어 할 수 없다는 느낌이다.  

여러 단어가 있겠지만. 


의사선생님을 만나자 마자 한 이야기가 

“미칠것 같아서 무서워요.” 였다. 


지하철만 안 타면. 비행기만 안 타면. 고층 엘리베이터만 안 타면 괜찮을 줄 알았다. 


제일 큰 쇼크는 한국에 돌아와 - 비행기 안에서 먹은 수면제. 우황청심원. 아주머니꼐서 주신 공황발작 약에 취해 - 기절 하듯 잠을 자고 일어난 아침. 

솨아아아- 하는 빗소리에 증상이 왔을때였다. 


스스로 긍정적이라고. 밝다고 자부하는 나인데... 울고 싶었다.  


비행기도 안탔는데 왜 또 이러지? 심하게 예민해 있는채로 오빠와 함께 가까운 병원을 찾아 무작정 걸었다. 증상이 끝나면 안도감에 밝고 신나게 이야기했다. 그러다 또 증상이오면 혼자 입을 다물고 내가 곧 미치겠구나 두려워했다.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정신과 약물을 처음 먹어보는터라. 약의 이름을 검색해 부작용을 읽으며 (약을 먹으면서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우울감이 들 수도 있고. 심하면 자살 충동에 빠진다니.. 약물이 내 생각을 지배할수도 있다는 공포는 공황발작과는 또다른 두려움이었다. 


공황장애에 대한 무지는 이상한 상상과 잘못된 정보들. 

끝도 없는 두려움 속으로 나 스스로를 밀어 넣었다. 


이건 아니다. 

우선은 공황장애에 대해 바로 아는게 먼저라고 생각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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