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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록군 Mar 24. 2021

오후 2시, 바다

3월 24일 수요일


고성으로 이사온지 정말 한달이 다 됀다.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coffee go에 왔다. 예전에 이곳에 놀러왔을때는 아내와 함께 매번 찾던 카펜데 막상 이곳으로 이사를 온후에는 한번도 오지 않았다. 물론 이제는 바다가 코앞이다 보니 매일 이 앞을 지나가기도 하고, 언제든지 해변가로 나와 커피한잔 마실 수 있으니 예전보다 그렇게 애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실 가장 정확한 이유는 커피 가격때문이다. 물론 맛있기는 한데 6000원이란 가격은 이제는 동네카페를 찾는데는 약간의 장애물이 된다. 


오늘도 사실은 집옆에 있는 이디야에 가려고 나왔다. 하지만 이 미치도록 화창한 날씨가 내 발걸음을 이쪽으로 재촉한다. coffee go의 바다 풍경만큼은 사실 6천원이란 가격이 싸게 느껴질 정도니까. 


그렇게 카페안에 들어왔다. 다시 찾은지 1년만. 물론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것보다 (이제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나와서 보는 곳이니) 집중해서 작업할 공간을 찾은 것이라 노트를 펼치고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창밖으로 보이는 밝은 노랑색의 해변과 하얀색으로 펼쳐지는 파도 그 뒤의 초록과 파랑색이 섞인 바다, 그 뒤에 양쪽으로 바다를 지키는 노랑색 등대, 바로 앞으로 와서 카페 테라스에서 나오라고 손짓하는 라탄 의자와 테이블이 나를 가만히 두질 않는다. 


커피잔과 노트, 펜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테라스의 의자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본다. 해변에는 낚시대를 길게 펼쳐놓고 그 옆에 조그만 의자를 펼쳐놓고 앉아서 망중한을 즐기는 한 남자분과 검정색 백을 뒤에 두고 모래위에 앉아서 벌써 20분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여자분이 이 여유로운 오후를 즐기고 있다. 


저 멀리서 부부로 보이는 듯한 두 분이 가운데에 아주 작은 아이 손을 양쪽으로 잡고 걸어오고 있다. 잘 그리지 못하지만 작은 노트를 펼쳐 내 앞에 펼쳐진 풍경을 스케치한다. 그때 내 앞으로 키가 큰 여자분이 손바닥 만한 (정말 손바닥 만큼 작다) 두마리 강아지와 산책하고 있다. 작은 강아지는 나를 보고 조그맣게 짓는다. 전혀 위협적이지 못하다. 여자분은 노트를 힐끔 보고 지나간다. 


그 순간 왜 나는 잊었느냐는 듯이 갈매기가 끼~ 욱~ 하면서 머리위로 날아간다. 가만히 바다를 보니 다른 갈매기 한마리가 물위에 둥둥 떠있다. 마치 작은 하얀 공처럼, 물의 움직임에 따라 둥둥~ 날씨마저 이 모든 장면을 축복하듯이 평화롭다. 


시간이 이대로 멈춘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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