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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록군 Sep 09. 2020

여전히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인데..

난 여전히 호기심이 가득해

친한 형의 사무실에 놀러갔다. 형의 방에는 옛날 카메라, 캠코더, 알수 없는 물건이 즐비하다. 잠깐 형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소파에 앉아서 방안을 탐색한다. 보물 찾기 하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그러다 이 AIWA의 오래된 카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10대 초반일때 서태지와 아이들, 듀스 이런 당시 나의 영웅이었던 가수들의 노래를 연신 틀어대느라 매번 카세트 줄이 늘어나며 고생했던 그 녀석이 떠오른다. 카세트 테이프는 매번 늘어나고 엉키고, 나는 그럴때마다 카세트를 손바닥으로 치곤했다. 


그런데 이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거다. 


웃는건지 우는건지 알 수 없는 표정. 눈동자는 호기심을 잔뜩 버금어 크고 반짝인다. 입은 길게 늘어나있는것이 그래도 웃는것에 가까워 보인다. 이런 표정을 한 친구를, 잘못도 없는데 매번 때린게 미안하다. 


이제는 쓸일도, 쓰고 싶어도 쓰지도 못하는 골동품이 되어버렸지만, 형의 사무실에서 20년만에 만난 카세트는 여전히 호기심을 가득 품은채로 어떤 노래가, 어떤 음악이 자신에게서 나올지를 기대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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