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굳은살 박인 손, 그리고 종로 3가의 14K

by 홀로서기

"수고했어, 학생! 자, 이거 받아."


현장 반장님이 건네준 두툼한 돈 봉투. 한 달 동안 뙤약볕 아래서 벽돌을 나르고 시멘트를 비벼서 번, 내 피와 땀의 결정체였다. 은행으로 달려가 그 무시무시했던 38만 5천 원의 전화 요금을 완납했다. '0'이 찍힌 영수증을 보니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남은 돈 20만 원. 원래라면 2학기 교재비나 술값으로 써야 했겠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서울행 기차표를 끊었다. 이번 여름, 내 목표는 단순히 빚 청산이 아니었다.

서울역 시계탑 앞. 한 달 만에 보는 그녀는 여전히 눈부셨다.


"호준아!"


그녀가 달려와 나를 안았다. 그런데 나를 떼어놓고 얼굴을 살피던 그녀의 표정이 금세 울상이 되었다.


"너 얼굴이 왜 이렇게 탔어? 살은 또 왜 이렇게 빠지고... 진짜 노가다 한 거야?"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벽돌을 나르느라 손바닥 곳곳에 굳은살이 박이고 거칠어진 내 손. 그녀의 하얗고 고운 손과 너무나 대비되었다.


"이게 뭐야... 핸드폰이 뭐라고 이 고생을 해..."


그녀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씩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


"남자가 이 정도는 해야지. 그리고 나 돈 많이 벌어왔어. 가자, 오빠가 쏜다!"

"어디 가는데?"

"종로. 따라와 봐."


우리가 도착한 곳은 종로 3가 귀금속 상가였다. 쇼케이스 안에 번쩍이는 금붙이들이 가득했다.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여긴 왜?"

"우리도 징표 하나 해야지. 맨날 말로만 내 여자다 하지 말고."


나는 그녀를 이끌고 한 가게로 들어갔다. 가진 돈에 맞춰 가장 심플한 디자인의 14K 금반지 두 개를 골랐다. 큐빅 하나 박히지 않은 밋밋한 민무늬 링이었지만, 내 눈엔 다이아몬드보다 빛나 보였다.


"껴봐."


내가 그녀의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었다. 딱 맞았다. 그녀도 내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며, 내 거친 손등을 조용히 쓸어주었다.


"호준아."

"응."

"나 이 반지, 평생 안 뺄게. 네가 땀 흘려서 사준 거잖아. 세상에서 제일 비싼 반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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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게를 나와 종로 거리를 걸었다. 서로의 손에 끼워진 똑같은 금반지가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그 반지는 마치 훈장 같았다. 내가 이 여자를 책임질 수 있다는, 비록 아직은 작지만 단단한 증명서 같았다.


"배고프다. 이제 밥 먹으러 갈까?"

"그래! 이번엔 내가 살게. 비싼 거 먹자!"

"아냐, 오늘 데이트 비용은 다 내가 낸다니까."

"야, 너 차비는 남겨놔야 할 거 아냐!"


결국 밥값 계산을 두고 실랑이를 벌였지만, 그조차도 행복했다. 여름 방학은 끝났고, 내 손엔 물집이 잡혔지만, 내 약지에는 그녀와 나를 이어주는 금빛 고리가 단단하게 채워졌다. 이제 다시 떨어져 있어도,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작가후기

예전에는 이랬습니다.

지금은.........

노총각을 벗어나서 독거 중년이 되었네요..........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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