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훈련원 숙소에는 무거운 침묵과 거친 숨소리만이 감돌았다. 하지만 잠들지 못한 두 사람이 있었다.
G(호준)는 이불 속에서 웅크린 채, 오른손에 쥔 것을 확인했다. 깨진 거울 조각. 낮에 작업장 바닥에 문질러 날카롭게 갈아둔, 그만의 '송곳니'였다.
그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CCTV는 회전하며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었다. 그 패턴은 이미 머릿속에 외워둔 지 오래였다. G의 시선이 여자 숙소 쪽, 정확히는 D(교수)의 침대를 향했다.
'오늘 끝낸다.'
저 여자가 살아있는 한, 제2의 F가 나오는 건 시간문제였다. 시스템을 부수기 전에, 시스템의 앞잡이부터 제거해야 한다. 그것이 G가 내린 결론이었다.
한편, D는 악몽 속을 헤매고 있었다.
"반장님... 나 아파요..."
꿈속에서 F는 피투성이가 된 손목을 내밀며 D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 텅 빈 눈동자.
"저리 가! 내가 그런 게 아니야!"
D가 뒷걸음질 쳤지만, F는 계속해서 다가왔다.
"엄마라고 불렀잖아요... 왜 나를 버렸어요? 왜?"
"오지 마! 제발 오지 마!"
D는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했다. 죄책감은 공포가 되어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그때, D의 흐릿한 시야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사각지대를 틈타 D의 침대 앞까지 다가온 G는 거울 조각을 높이 치켜들었다. 달빛에 비친 조각의 날이 서늘하게 빛났다. 잠꼬대를 하며 괴로워하는 D의 얼굴이 보였다. 늙고 추한 욕망의 민낯.
'지옥으로 가버려.'
G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망설임은 없었다. 그가 조각을 내리꽂으려는 찰나였다.
"으아악!!! 살려줘!!!"
D가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났다. 악몽 속의 F가 자신을 덮치는 순간 잠에서 깬 것이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그녀의 눈앞에 있는 건 F가 아니라 살기를 띤 G였다.
"헉...!"
G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D의 비명 소리에 숙소의 불이 켜지고, 잠들었던 훈련생들이 하나둘 깨어났다.
"무... 무슨 일이야?"
"누가 소리 질렀어?"
타이밍을 놓쳤다. G는 재빨리 거울 조각을 소매 속에 감추고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D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녀는 G를 가리키며 발작하듯 소리쳤다.
"저 놈이야! 저 놈이 나를 죽이려고 했어!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고!"
D는 공포에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G에게 쏠렸다. 하지만 G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무슨 소리입니까? 악몽이라도 꾸셨나 보죠."
G가 차갑게 대꾸했다.
"거짓말! 내가 분명히 봤어! 번쩍이는 걸 들고 있었다고! 다들 저 놈 잡아요! 살인자야!"
D가 미쳐 날뛰자, A와 C가 쭈뼛거리며 다가왔다. 하지만 G의 눈빛이 너무나 매서워 섣불리 덤비지 못했다.
그때, 닫혀있던 철문이 열리고 조교들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예고 없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알림. 훈련생 F, 금일 새벽 2시 10분경 사망.]
찬물을 끼얹은 듯 숙소가 조용해졌다. D의 발광도, G의 살의도, 훈련생들의 수군거림도 일순간에 멈췄다.
[원인은 심정지. 장례 절차는 생략하고 시신은 규정대로 소각 처리한다. 이상.]
소각 처리. 사람이 죽었는데, 쓰레기처럼 태워버리겠다는 통보였다.
"아......"
E(패션 디자이너)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흐느꼈다. D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사망 시각 2시 10분. 자신이 악몽을 꾸다 깬 바로 그 시간이었다.
"내가... 내가 죽인 게 아니야..."
D가 머리를 감싸 쥐고 중얼거렸다.
"F가... F가 나를 데리러 왔어... 나를..."
D의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흔들렸다. 공포와 죄책감이 그녀의 이성을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다.
G는 소매 속의 거울 조각을 더욱 꽉 쥐었다. 날카로운 유리가 팔뚝을 찔러 피가 흘렀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죽어야 할 사람은 살아서 미쳐 날뛰고, 살아야 할 아이는 한 줌의 재가 되었다.
'용서 못 해.'
G는 울고 있는 E와, 미쳐버린 D,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감시카메라 너머로 즐기고 있을 원장을 향해 속으로 맹세했다.
이곳을 나가는 날, 훈련원 4구역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다음 화 예고] F의 죽음 이후, 훈련원은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는다. 미쳐버린 D는 환영을 보며 난동을 피우다 격리 조치 되고, 원장은 새로운 반장을 뽑기 위해 G를 다시 호출하는데...
작가후기
현생의 미팅으로 술을 마셨더니....
죽겠습니다.......
오늘도 무사히 한편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