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화. 새로운 지배자

by 홀로서기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F가... F가 저기 있잖아!"


아침이 밝았지만 D(교수)의 광기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허공을 향해 손을 휘젓으며 비명을 질러댔다. 결국,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폐기 처분해."


조교장의 짧은 명령에 사내들이 짐짝처럼 D를 끌고 나갔다.


"안 돼! 내가 누군지 알아? 나 반장이야! 원장님이 나를... 읍! 읍!"


처절한 비명이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 D가 차고 있던 노란색 완장만이 바닥에 덩그러니 떨어져 뒹굴었다. 권력의 허무한 말로였다.

훈련생들은 숨조차 크게 쉬지 못했다. F는 죽어서 소각되었고, D는 미쳐서 끌려갔다. 다음 차례는 누가 될지 모르는 공포가 훈련원을 지배했다.


"G 훈련생. 원장실로."


또다시 호출이었다. G는 바닥에 떨어진 노란 완장을 잠시 응시하다가, 무표정한 얼굴로 조교를 따라나섰다.

원장실의 공기는 여전히 차갑고 쾌적했다. 원장은 창밖의 황량한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네가 옳았어."


원장이 천천히 뒤를 돌았다.


"D는 그릇이 작더군. 죄책감 따위에 잡아먹혀서 제정신을 못 차리다니. 리더의 자격이 없어."


원장은 책상 위에 새로운 계약서를 올려놓았다.


"지난번 제안은 유효해. 아니, 더 좋은 조건을 주지. D가 맡았던 반장 자리, 자네가 맡아. 이번엔 거절하지 않겠지?"


G는 잠시 침묵했다. 지난번처럼 거절하고 나가면, 그는 영원히 '을'로 남아 개죽음을 당할 것이다. 칼을 쥐는 것보다 더 무서운 복수는, 칼자루를 쥐는 것이다.

G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올라갔다.


"조건이 있습니다."

"호오?"


원장의 눈이 흥미로움으로 반짝였다.


"훈련생 통제 방식은 제 마음대로 합니다. 간섭하지 마십시오. 결과는 확실히 보여드리죠."

"합리적이군. 좋아. 대신 성과가 없으면 자네도 D처럼 되는 거야."


원장이 손을 내밀었다. G는 그 손을 잡았다. 악마와의 계약이 성사되는 순간이었다.

작업장으로 돌아온 G의 팔에는 노란색 완장이 채워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훈련생들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소설 삽화.jpg


"설마... G군?"


A(사업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D와 맞서 싸우던 투사가, 하루아침에 원장의 앞잡이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G는 작업장 중앙 단상에 올라섰다.


"주목."


목소리는 예전의 G가 아니었다. 감정이 거세된, 서늘한 명령조였다.


"오늘부터 내가 이 구역을 관리한다. 내 방식은 D와 다르다. 나는 여러분의 사정 따위 봐주지 않는다. 오직 '생존'과 '효율'만 따진다."


G가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냈다.


"A, 당신은 손이 느리니 부품 분류만 맡아. 조립은 B와 C가 한다. E는... 최종 검수를 맡아라."


철저한 분업화였다. G는 작업장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훈련생들을 독려... 아니, 감시했다.


"속도 높여. 할당량 못 채우면 전원 식사 없다."


그의 눈빛은 조교보다 더 매서웠다. 덕분에 작업 속도는 D가 있을 때보다 훨씬 빨라졌고, 불량률은 제로에 가까워졌다. CCTV 너머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원장은 만족스러운 듯 와인잔을 흔들었다.


"역시 물건이야. 진작 저 자리에 앉혔어야 했어."


점심시간. 식판을 든 G의 맞은편에 E(패션 디자이너)가 쾅 소리 나게 앉았다.


"재밌니?"


E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 완장 차니까 세상이 다 네 것 같아? F가 죽었어. D가 끌려갔고. 그런데 그 자리에 앉아서 우리한테 이래라저래라 하고 싶어?"


E는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유일하게 믿었던 사람, 함께 탈출을 꿈꿨던 사람이 D보다 더한 괴물이 되어버린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실망이다, 진짜."


E가 식판을 엎어버릴 듯이 노려보았지만, G는 묵묵히 밥을 입에 넣었다. 씹는지 삼키는지 알 수 없는 맛이었다.


"다 먹었으면 일어나. 오후 작업 준비해야지."


G는 E의 눈을 피하지 않고 건조하게 말했다. 그 차가운 태도에 E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글썽이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G는 멀어지는 E의 등 뒤로 남은 밥을 억지로 삼켰다. 목구멍이 뜨거웠다.


'미안해.'


속으로만 삼키는 사과였다. 지금 진심을 말하면 원장의 의심을 살 것이다. 철저하게 악역이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 모두를 살릴 수 있다. G는 자신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날 밤. G는 반장에게만 허용된 '단독 점호 보고'를 위해 조교실로 향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조교실을 지나, 출입 통제구역인 '지하 2층 전력 통제실' 쪽으로 은밀하게 향하고 있었다.

새로운 권력(완장)은 그에게 '이동의 자유'를 주었다. G는 주머니 속에서 작업 중에 슬쩍 빼돌린 얇은 철사를 꺼냈다.


'기다려라. 이 훈련원의 심장부터 멈춰줄 테니까.'


완장을 찬 배신자, G. 그의 진짜 연극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다음 화 예고] G의 완벽한 연기에 원장은 경계심을 풀기 시작한다. G는 반장의 권한을 이용해 훈련원의 비밀 구역에 접근하고, 충격적인 진실(F의 시신이 소각되지 않았다는 것)을 마주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