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반격의 설계도

by 홀로서기

"거기 서! 잡히면 죽을 줄 알... 헉, 헉!"

복도 모퉁이를 돌아 달려온 경비병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멈춰 섰다. 그의 눈앞에는 G(호준)와 E(패션 디자이너)가 서 있었다.

분위기가 묘했다. G는 E의 멱살을 잡을 듯이 위협적으로 서 있었고, E는 겁에 질린 듯 벽에 바짝 붙어 있었다.

"무슨 일이야? 왜 작업장 안 지키고 여기까지 뛰어왔어?"


G가 노란 완장이 찬 팔짱을 끼며 경비병을 노려보았다.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지만, 목소리만큼은 침착했다.

"아, 그게... 반장님, 혹시 이쪽으로 지나가는 놈 못 보셨습니까? 지하 2층에 침입자가 있어서..."

"침입자? 지금 나보고 근무 태만이라고 하는 건가?"


G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이 여자 작업 태도가 엉망이라 정신 교육 좀 시키려고 끌고 나왔는데, 쥐새끼 한 마리 지나가는 꼴을 못 봤어. 네놈들이 경비를 그따위로 서니까 침입자가 생기는 거 아냐!"


G의 호통에 경비병이 당황하며 꼬리를 내렸다.


"죄, 죄송합니다! 분명 이쪽으로 발소리가 들렸는데..."

"가서 다른 쪽이나 찾아봐. 원장님 알기 전에 조용히 처리해. 시끄럽게 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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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병이 황급히 반대쪽 복도로 뛰어갔다.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G는 그제야 참고 있던 숨을 토해냈다. 다리가 풀릴 뻔했다.


"......고마워."


G가 낮게 중얼거렸다. 아까 경비병이 나타나기 직전, G의 의도를 눈치채고 겁먹은 척 연기해 준 것은 E였다.

"설명이나 해. 진짜 F가... 살아있는 거야?"


E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G는 주위를 살핀 뒤, E에게 바짝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였다.


"지하 2층 바이오 연구실. F는 거기 실험체로 잡혀 있어. 놈들은 우리를 훈련시키는 게 아냐. 극한 상황에서 인간의 뇌파나 생체 반응 따위를 수집하는 거라고."

"미친......"


E가 입을 틀어막았다.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으려는 그녀를 G가 부축했다.


"정신 차려. 슬퍼할 시간 없어. 놈들은 F를 '샘플'이라고 불렀어. 데이터가 다 모이면 F는 진짜로 폐기될 거야. 그전에 구해야 해."


E가 눈물을 닦으며 독기 어린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하면 돼? 시키는 대로 다 할게. 저 악마들, 다 죽여버리고 싶어."


G의 눈이 번뜩였다. 드디어 가장 든든한 아군을 되찾았다.


"D-Day는 3일 뒤. '정기 건강 검진일'이야."


그날 밤부터 훈련원 내부에는 은밀한 기류가 흘렀다. G는 여전히 악랄한 반장 연기를 계속했다. 훈련생들을 닥달하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가차 없이 식사를 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교묘한 '쪽지'들이 오고 갔다.

E는 작업반장 보조 역할을 자처하며, G가 떨어뜨린 쪽지를 몰래 주워 화장실에서 확인하고, 이를 신뢰할 수 있는 A(사업가), B, C에게 전달했다.


[3일 뒤 오전 10시. 건강 검진.]

[채혈실 간호사들이 움직이는 순간이 신호다.]


G는 원장의 신임을 완벽하게 얻기 위해, 오히려 보안을 강화하겠다고 건의하여 '마스터키' 권한까지 받아냈다. 원장은 G가 자신의 충견이 되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리석은 놈.'


G는 원장실을 나오며 마스터키를 주머니 깊숙이 넣었다. 이 키 하나면 지하 2층 연구실은 물론, 무기고까지 열 수 있었다.


D-Day. 오전 9시 50분.

훈련원 강당에 임시 진료소가 차려졌다.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들이 주사기와 채혈 도구를 준비하고 있었다. 훈련생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줄을 섰다.

원장은 2층 난간에서 와인잔을 들고 이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늘 데이터가 아주 좋겠어. 공포 수치가 적당히 올라와 있군."


그때, G가 2층 난간으로 올라와 원장 뒤에 섰다.


"원장님. 지하 시설 점검 마쳤습니다."

"그래, 수고했어. 자네도 내려가서 검진받게."

"네. 그런데 그전에..."


G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초침이 정각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5, 4, 3, 2, 1.


"드릴 선물이 있습니다."


쿠궁—! 갑자기 훈련원 전체가 크게 요동쳤다. 지하 전력실에서 폭발음과 함께 건물 전체의 조명이 꺼졌다.

"뭐, 뭐야! 정전인가?"

"비상전력 가동해! 당장!"


원장이 당황하여 소리쳤다. 하지만 비상벨조차 울리지 않았다. G가 미리 배선을 전부 끊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1층 강당에 있던 E가 소리쳤다.


"지금이야! 엎어버려!"


와장창! 훈련생들이 일제히 의료진을 덮쳤다. 숨겨뒀던 쇠파이프(작업 도구)와 깨진 유리 조각들이 어둠 속에서 춤을 췄다.


"으악! 이거 놔!"

"반란이다! 경비병!"


아수라장이 된 강당. 원장은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입을 딱 벌렸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등 뒤의 G를 쳐다보았다. 어둠 속에서 G의 눈만이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자, 이제 누가 주인인지 알려주지."


G가 원장의 멱살을 잡고 난간 밖으로 밀어붙였다. 배신의 대가를 치를 시간이었다.



[다음 화 예고] 어둠에 잠긴 훈련원. G는 원장을 인질로 잡고 지하 2층으로 향하고, E와 A는 지상의 경비병들과 목숨을 건 육탄전을 벌인다. 드디어 도달한 바이오 연구실. 하지만 F의 침대는 비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