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제 누가 주인인지 알려주지."
암흑 속에서 G(호준)가 원장의 멱살을 잡고 난간 밖으로 밀어붙이던 순간이었다.
치지지직—!
원장의 귀에 꽂혀 있던 인이어 이어폰에서 날카로운 기계음이 울렸다. 동시에 원장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스쳤다.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는군."
"뭐?"
콰앙!
G가 당황하는 찰나, 원장실 방탄유리문이 폭음과 함께 박살 났다. 자욱한 연기 속에서 검은 전투복을 입고 완전무장한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전원 사살해!"
원장이 소리쳤다. 그들은 일반 경비병 따위가 아니었다. 원장이 거액을 들여 고용한, 살인 병기에 가까운 최정예 용병팀(보안 1팀)이었다.
타타탕! 타탕!
강당 2층 난간을 향해 무차별 사격이 시작되었다.
"크윽!"
G는 반사적으로 몸을 날려 기둥 뒤로 숨었다. 총알이 스친 팔뚝에서 피가 튀었다. 원장은 그 틈을 타 용병들의 보호를 받으며 유유히 빠져나갔다.
"놓칠 줄 알고!"
G가 주머니에서 마스터키를 꺼내 들었다. 지하 통로를 봉쇄하면 독 안의 든 쥐다. 하지만 마스터키를 리더기에 대는 순간, 경고음이 울렸다.
[접근 거부. 보안 등급이 재설정되었습니다.]
"젠장! 벌써 막았어?"
원장은 탈출하자마자 중앙 통제실에서 G의 마스터키 권한을 박탈해 버린 것이다. 판이 뒤집혔다. 사냥꾼이 사냥감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다.
한편, 1층 강당. E(패션 디자이너)와 훈련생들의 반란도 위기를 맞았다.
"밀어붙여! 저 새끼들 다 족쳐!"
A(사업가)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앞장섰고, B와 C가 그 뒤를 따랐다. 초반 기세는 좋았다. 당황한 의료진과 일반 경비병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2층에서 상황을 정리한 용병팀이 1층으로 내려오면서 전세가 역전되었다.
푸슉— 푸슉—
용병들이 던진 연막탄과 최루탄이 터지며 강당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콜록! 콜록! 앞이 안 보여!"
"아악! 내 눈!"
훈련생들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바닥을 기었다. 용병들은 방독면을 쓴 채, 쓰러진 훈련생들을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구타했다. 진압이 아니라 학살이었다.
"다들 흩어져! 작업장으로 도망쳐!"
E가 옷소매로 코와 입을 막고 소리쳤다. 그녀는 쓰러진 A를 부축해 필사적으로 비상구 쪽으로 달렸다.
타앙!
그때, 용병 대장의 총구가 E를 겨눴다. E는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깡!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용병 대장의 총이 튕겨 나갔다. G였다. 2층에서 뛰어내린 G가 용병 대장을 몸으로 덮쳤다.
"어서 가! 여긴 내가 막는다!"
G가 용병 대장과 뒤엉켜 구르며 외쳤다. 그의 눈은 야수처럼 번들거리고 있었다.
"호준 씨! 같이 가야지!"
"가라고! F를 찾아야 할 거 아냐! 지하로 통하는 다른 길을 찾아! 난 이놈들 시선을 끌 테니까!"
G는 용병 대장의 목을 조르며 처절하게 버텼다. 다른 용병들의 총구가 G를 향했다. E는 피눈물을 삼키며 돌아섰다. 지금 망설이면 모두 죽는다.
E가 훈련생들을 이끌고 작업장 쪽으로 사라지자, G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팔과 다리에서 피가 흘렀지만, 고통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포위된 상태에서, 2층 난간 너머로 사라지는 원장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절대 안 놓쳐. 지옥 끝까지라도 쫓아간다.'
G는 바닥에 떨어진 경비병의 진압봉을 주워 들었다. 이제부터는 생존을 건, 진짜 피의 전쟁이다.
[다음 화 예고] G는 용병들의 포위망을 뚫고 지하 미로로 도망친 원장을 추격한다. 하지만 지하는 원장이 파놓은 함정과 살인 가스로 가득 찬 죽음의 공간. 한편, E와 살아남은 훈련생들은 지하 2층으로 가는 숨겨진 통로를 발견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