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놈을 잡아! 생포할 필요 없다!"
붉은 비상등이 미친 듯이 깜빡이는 강당 안. 자욱한 최루탄 연기 너머로 용병 대장의 고함이 찢어지듯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신호탄으로, 검은 방독면을 쓴 그림자 셋이 동시에 G를 향해 쇄도했다.
챙-!
G는 본능적으로 진압봉을 가로로 들어 첫 번째 놈이 휘두른 쇠파이프를 막아냈다. 손목이 끊어질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하지만 고통을 느낄 새도 없었다. 왼쪽에서 날아온 군홧발이 G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윽!"
단말마와 함께 G의 몸이 바닥을 굴렀다. 피 냄새와 매캐한 가스 냄새가 뒤섞여 폐를 찔렀다. 시야는 흐릿했고, 왼쪽 팔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져 회색 작업복을 적시고 있었다.
'여기서... 죽을 순 없어.'
G는 이를 악물었다. 바닥에 떨어진 진압봉을 다시 움켜쥐었다. 놈들이 다시 포위망을 좁혀오고 있었다. 정면승부는 불가능하다. 이 숫자를 상대로 힘으로 이길 수는 없다.
그때, G의 눈에 강당 구석, 무대 뒤편으로 이어지는 '배전반'이 들어왔다.
"저 새끼, 구석으로 몰아!"
용병들이 비웃으며 다가왔다. G는 뒷걸음질 치는 척하며 무대 쪽으로 몸을 날렸다. 놈들이 몽둥이를 내리치려는 찰나, G는 손에 든 진압봉을 놈들이 아닌 배전반의 낡은 철제 덮개를 향해 힘껏 내리꽂았다.
콰직-! 퍼벙!
불꽃이 튀며 굉음이 터졌다. 강당의 조명을 제어하던 메인 회로가 박살 나면서, 깜빡이던 붉은 비상등마저 꺼져버렸다.
순식간에 찾아온 완벽한 암흑.
"뭐야! 앞이 안 보여!"
"당황하지 마! 라이트 켜!"
용병들이 우왕좌왕하는 그 찰나의 틈. G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는 어둠에 익숙해진 감각으로 무대 아래쪽, 평소 훈련생들이 몰래 숨어들던 개구멍만 한 환기구를 찾아냈다.
몸을 구겨 넣듯 좁은 통로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뒤이어 "저기다! 저기로 들어갔어!"라는 고함과 함께 총탄 몇 발이 환기구 입구의 철망을 튕겨 나갔다.
환기구 안은 좁고 습했다. G는 피 흘리는 팔을 끌며 포복으로 기어 나갔다. 먼지와 쥐똥 냄새, 그리고 쇠 비린내. 이곳은 훈련원의 혈관처럼 얽히고설킨 '미로'였다.
G는 훈련원 구조도를 머릿속에 그려보았다. 원장실은 3층. 하지만 F가 끌려간 곳은 징벌방이 있는 지하 2층일 확률이 높았다.
'기다려, F. 내가 간다.'
환기구 틈새로 아래층 복도가 보였다. 평소라면 조용했을 복도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용병들의 발소리로 가득했다. 원장은 이미 훈련원 전체를 봉쇄하고 사냥을 시작한 것이다.
G는 지하로 내려가는 중앙 계단 대신, 식자재 창고와 연결된 화물 승강기 통로를 택했다. 와이어에 매달린 기름때 묻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상처가 터져 피가 사다리를 적셨다. 현기증이 일었다.
쿵.
지하 1층에 발을 디뎠을 때였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의 인기척이 느껴졌다. 용병인가? G는 숨을 죽이고 벽에 몸을 붙였다.
저벅, 저벅.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손전등 불빛이 G가 숨은 기둥 쪽을 훑고 지나갔다. G는 진압봉을 고쳐 쥐었다. 놈이 코너를 도는 순간, 목을 쳐야 한다.
하나, 둘... 셋!
G가 튀어나가며 진압봉을 휘두르려는 찰나, 상대가 놀라울 정도로 빠른 반응속도로 몸을 숙여 피했다. 그리고는 G의 손목을 낚아채 벽으로 밀어붙였다.
"......!"
G는 반격하려 했지만, 상대의 입에서 나온 낮은 목소리에 동작을 멈췄다.
"진정해, G. 나야."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드러난 얼굴. 그는 훈련원의 취사반장이었다. 평소 말없이 묵묵히 배식만 하던, 절름발이 노인. 하지만 지금 그의 눈빛은 노인의 것이 아니었다.
"상처가 깊군. 이대로 가면 지하 2층 입구에서 과다출혈로 쓰러질 거다."
취사반장은 품에서 낡은 붕대와 지혈제를 꺼내 G에게 던져주었다.
"아저씨가... 왜 여기에?"
"나도 한때는 이곳을 부수고 싶었던 사람이니까."
그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턱짓으로 복도 끝을 가리켰다.
"지하 2층으로 가는 보안문은 내가 잠시 무력화시켜 놨다. 하지만 그 안에는 원장이 키우는 '진짜 사냥개'들이 있어. 위층의 용병들과는 차원이 다를 거다."
G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혈제를 상처에 들이부었다. 살이 타들어 가는 고통에 식은땀이 흘렀지만, 정신은 오히려 맑아졌다.
"고맙습니다."
G는 다시 어둠 속으로 몸을 돌렸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지하 2층. 그곳은 한 번 들어가면 다시는 햇빛을 볼 수 없다는, 훈련원의 가장 깊고 어두운 피의 미로였다.
[다음 화 예고]
제14화. 사냥개들의 밤
지하 2층은 훈련소가 아닌 '도살장'이었다. 어둠 속에서 달려드는 원장의 살인 병기들, 그리고 시작된 혈투!
피비린내 나는 미로 끝에서 마침내 F를 찾아내지만...
"오빠... 도망쳐! 함정이야!"
덫에 걸린 호준, 과연 F를 지켜내고 이 지옥을 탈출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