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사냥개들의 밤

by 홀로서기

지하 2층의 공기는 지상의 그것과는 질감부터가 달랐다. 취사반장이 열어준 두꺼운 철제 보안문이 등 뒤에서 닫히자, 훅 끼쳐오는 비릿한 쇠 냄새와 피 냄새. 이곳은 인간을 가르치는 '훈련소'가 아니었다. 짐승을 도축하는 '도살장'이었다.

G(호준)는 찢어진 작업복 소매를 묶어 왼팔의 상처를 단단히 압박했다. 진압봉을 쥔 오른손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


'F... 제발 살아만 있어라.'


호준은 발소리를 죽이고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드문드문 켜진 붉은색 비상등이 복도를 기괴하게 비췄다. 벽에는 손톱으로 긁은 듯한 자국들이 선명했고, 바닥에는 말라붙은 핏자국이 점점이 이어져 있었다.


스윽-


그때였다. 어둠 속에서 인기척도 없이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왔다. 호준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틀었다. 날카로운 단검이 호준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서늘한 감촉과 함께 뜨거운 피가 뺨을 타고 흘렀다.

놈은 방독면이 아니라, 얼굴 전체를 가리는 하얀색 플라스틱 가면을 쓰고 있었다. 위층에서 상대했던 용역 깡패들과는 움직임의 급이 달랐다. 원장이 돈을 주고 고용한 살인 기계, '사냥개'였다.


"쥐새끼가 제법 빠르네."


가면 쓴 사내가 킬킬거리며 단검을 고쳐 잡았다. 호준은 대답 대신 진압봉을 짧게 쥐었다. 거리를 주면 안 된다.


카앙!


단검과 진압봉이 부딪치며 불꽃이 튀었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척하던 호준이 순간적으로 몸을 낮춰 사내의 정강이를 걷어찼다. 중심이 무너진 사내의 명치에 진압봉 끝이 정확히 꽂혔다.


"크억!"


사내가 고통에 몸을 웅크리자, 호준은 지체 없이 후두부를 가격해 기절시켰다. 거친 숨이 터져 나왔지만 쉴 틈이 없었다. 호준은 쓰러진 사내를 넘어 복도 끝,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 위치한 '특수 징벌방'으로 향했다.


철컹.


가장 안쪽의 육중한 철문. 잠금장치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부서져 있었다. 호준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천장에 매달린 희미한 전구 하나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의자에 묶여 있는 작은 체구가 보였다.


"......F?"


호준의 목소리에 축 늘어져 있던 고개가 힘겹게 들렸다. 엉망이 된 얼굴, 퉁퉁 부은 눈, 공포에 질려 초점을 잃은 눈동자. F였다. 입소생들 중 가장 어리고 겁 많던 막내.

그녀는 호준을 알아보는 데 한참이 걸렸다. 흐릿한 눈동자가 천천히 커지더니, 이내 경악으로 물들었다.


"지, G...? 오빠야?"


갈라진 목소리. 반가움보다 공포가 더 큰 목소리였다. F는 호준을 보자마자 미친 사람처럼 몸을 비틀며 소리쳤다.


"안 돼... 오빠 여기 왜 왔어! 빨리 나가! 도망가!"

"가만히 있어. 금방 풀어줄게."


호준이 다급히 다가가 밧줄에 손을 댔지만, F는 울부짖으며 호준을 밀어내려 했다.


"함정이야! 놈들이 오빠 오는 거 다 보고 있었다고! 일부러 문 열어둔 거야! 제발 나가!"


F의 절규에 호준의 손이 멈칫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취사반장이 챙겨준 단검을 꺼내 F를 옥죄고 있던 두꺼운 밧줄을 단번에 끊어냈다.


"도망쳐도 같이 도망쳐. 나 혼자는 안 가."


풀려난 F는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극심한 공포와 고통에 온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호준은 그런 F를 단단히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정신 차려, F. 여기서 무너지면 진짜 죽는 거야."


호준의 단호한 눈빛이 흔들리는 F의 시선을 붙잡았다.


"D 형님이랑 E 누나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우리 다 같이 나가서 밥 먹기로 했잖아. 약속 안 잊었지?"


동료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F의 눈에 맺혀 있던 눈물이 툭 떨어졌다.


"오빠... 흐윽, 나 무서워...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알아. 미안해, 늦게 와서."


호준은 F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짧게 다독였다. 하지만 감상에 젖을 시간은 없었다. 복도 양쪽 끝에서 지축을 울리는 군홧발 소리와 함께, 무전기 소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치이익- 지하 2층 봉쇄 완료. 쥐새끼 두 마리 확인. 생포할 필요 없다. 사살해.]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원장의 차가운 목소리. F가 비명을 삼키며 호준의 옷자락을 움켜쥐었다. 완벽한 포위였다. 앞뒤가 막힌 좁은 복도.

하지만 호준의 눈은 절망 대신 서늘한 살기로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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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피 묻은 진압봉을 고쳐 잡으며, 등 뒤의 F에게 나직하게 말했다.


"내 등 딱 붙어 있어. 떨어지면 죽어."

"......응."

"오빠 믿지? 뚫고 간다."


호준은 F를 등 뒤로 숨긴 채, 어둠 속에서 몰려오는 사냥개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지옥의 가장 밑바닥에서, 최후의 탈출이 시작되었다.


[다음 화 예고]

제15화. 피로 쓴 탈출구

"오빠, 저기 빛이 보여!"

피투성이가 되어 지하 감옥을 뚫고 올라온 호준과 F. 약속 장소에는 다행히 D와 E가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감격적인 재회의 순간, 호준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위화감을 느낀다.

'너무 조용하다. 마치 우리가 오길 기다린 것처럼.'

서서히 조여오는 포위망, 그리고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배신의 그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