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억-!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묶여 있던 사내의 고개가 꺾였다.
도깨비 시장 지하 깊숙한 곳에 자리한 고문실. 천장에 매달린 백열등이 위태롭게 흔들리며 피투성이가 된 '청소부'의 얼굴을 비췄다.
"이 새끼, 독종인데요. 입을 안 엽니다."
할멈의 오른팔인 독사가 피 묻은 쇠파이프를 내려놓으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청소부는 손발이 구속된 채 피를 흘리면서도, 감정 없는 흐리멍덩한 눈으로 허공만 응시할 뿐이었다. 고통조차 거세된 진짜 기계 같았다.
할멈이 곰방대를 탁탁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쓸모없는 고철 덩어리 같으니. 됐다, 독사야. 그냥 목통을 따서 원장 놈 책상 위에 택배로 보내버려라."
독사가 칼을 빼 들고 다가가는 순간, 등 뒤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어둠 속에서 G(호준)가 걸어 나왔다. 옆구리에 대충 붕대를 감은 그는 아직 창백했지만, 눈빛만큼은 어느 때보다 매섭게 빛나고 있었다.
G는 독사를 지나쳐 청소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청소부의 품을 뒤져, 피에 젖은 검은색 무전기를 꺼냈다.
"죽이지 마. 이 개가 주인을 물게 만들어야지."
"무슨 수작이냐, 호준아."
할멈이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G는 무전기를 흔들어 보였다.
"놈들은 아직 이 사냥개가 당했다는 걸 몰라. 원장은 지금쯤 이 무전기에서 '임무 완료'라는 보고가 울리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겠지."
"하지만 그건 생체 인식 무전기다. 저놈 목소리와 성대가 아니면 작동조차 안 해."
"그래서, 우리 팀에 최고급 기술자가 있는 거잖아."
G가 고개를 돌리자, 구석에 쪼그려 앉아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던 F(막내)가 손을 번쩍 들었다.
"오빠, 준비 다 됐어! 방금 저 아저씨가 비명 지를 때 목소리 파형 추출해서 딥페이크 음성 파일로 변환 완료. 원장 쪽 통신망 암호도 뚫어놨어."
F의 노트북 화면에는 복잡한 오디오 웨이브와 원장실의 주파수가 떠 있었다. 할멈과 독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깨비 시장의 해커들도 혀를 내두르던 원장의 보안망을 저 어린 꼬마가 뚫어버린 것이다.
"F. 연결해."
G의 지시에 F가 엔터키를 세게 내리쳤다.
띠릭- 하는 신호음과 함께 무전기에 파란불이 들어왔다.
[...청소부. 상황은?]
원장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G는 F에게 눈짓했다. F가 미리 입력해둔 음성 파일을 재생했다.
[타겟... 제거 완료. 샘플 회수 중. 30분 뒤 복귀한다.]
청소부 특유의 무미건조하고 쇳소리 섞인 음성이 완벽하게 복제되어 송출되었다. 무전기 너머로 원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수고했다. 물건에 흠집 안 나게 가져와. 들어오는 대로 잔금 입금하마.]
통신이 끊겼다.
고문실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이내 할멈이 호탕하게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쥐새끼인 줄 알았더니, 완전 여우 새끼들이었구나! 원장 그 늙은이가 제 사냥개한테 물린 줄도 모르고 발 뻗고 자겠어."
G는 차갑게 식은 눈으로 할멈을 보았다.
"할멈. 원장이 방심할 시간은 딱 30분이야. 그놈이 기다리는 '샘플' 대신, 놈의 숨통을 끊어버릴 '선물'을 챙기러 가야지."
"좋다. A에게서 뺏은 그 카드키로 원장의 비밀 창고를 턴다고 했지? 내 밑에 쓸만한 타격대 애들을 다 붙여주마. 장비도 마음껏 골라 써."
할멈이 턱짓하자, 독사가 고문실 한쪽 벽면의 스위치를 내렸다.
위잉- 하는 소리와 함께 벽이 열리며, 도깨비 시장이 자랑하는 거대한 비밀 무기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방탄복부터 자동소총, 폭약까지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G는 묵묵히 권총의 탄창을 점검하며 방탄조끼를 걸쳤다.
그때, E(디자이너)가 굳은 표정으로 다가와 샷건 한 자루를 집어 들었다.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눈빛에는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
"누나, 넌 남아. 위험해."
"웃기지 마. 내 운전 실력 없으면 너희 그 창고 문턱도 못 넘어."
E가 샷건에 철컥, 탄을 밀어 넣으며 G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나도... 그 미친 영감탱이한테 진 빚이 있거든."
훈련원에서 소모품 취급당하며 떨었던 지난날들. 트럭에서 발견한 끔찍한 샘플. E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G는 그녀의 굳은 의지를 읽고는 작게 미소 지었다.
"좋아. 30분 뒤, 원장의 지갑을 박살 낸다."
G가 무기고의 무기들을 챙겨 들고 앞장섰다.
원장의 추악한 비밀을 파헤치고 놈의 돈줄을 끊어버릴 역습.
도망자들의 반격이 지금, 시작되었다.
[다음 화 예고]
제25화. 30분의 타임어택
"원장이 진실을 알기까지 남은 시간, 단 30분."
E의 신들린 운전으로 원장의 '비밀 창고'가 숨겨진 외곽 물류 센터에 도착한 타격대!
놈들이 눈치채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야 한다.
철통같은 레이저 보안망을 무력화하는 F의 천재적인 해킹과,
소음기를 단 권총으로 어둠 속의 경비들을 침묵시키는 G의 숨 막히는 잠입!
"카드키 승인 완료. 메인 금고가 개방됩니다."
마침내 A에게서 빼앗은 카드키로 가장 깊숙한 지하 금고의 문을 여는 순간,
그곳에 쌓여있던 것은 단순한 '돈발치'가 아니었다.
"이... 이게 다 뭐야? 원장 이 미친 영감탱이가 대체 무슨 짓을..."
돈줄을 끊으러 간 그곳에서 G 일행이 마주한 '거대한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타이머가 0을 가리키기 전, 놈들의 모든 것을 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