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XX-2022.01.18
내 강아지가 죽었다.
내 가족이 유난히 힘들 때, 새로운 가족을 찾던 강아지를 데려왔었다. 아빠의 발보다도 작았던 강아지는 유난히도 발이 컸다. 발이 큰 강아지는 많이 큰다더니, 정말 그랬다. 발이 컸던 만큼 내 강아지는 너무나도 큰 존재였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에게. 내 강아지는 짖는 대신 눈으로 말하고 몸짓으로 말하는 조용하고 착한 개였다. 유난히도 보드랍고 따뜻했던 나의 강아지는, 내 동생이면서 나를 동생처럼 예뻐해 주던 웃긴 애였다.
20대 때까지는, 내 인생에서 그가 없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상상만 해도 눈물이 고였고 아플 땐 내가 대신 아프고 싶었다. 그럼에도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멀어진 우리는, 점점 떨어져 있는 시간에 익숙해졌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보러 가지 않은 못난 나에게, 내 강아지는 마지막까지 작별 인사할 시간을 선물해줬다. 이번이 마지막 만남 같다는 이상한 기분에, 울면서 아주 많이, 너무너무 사랑했다고 말하는 동안 나의 강아지는 헐떡이면서도 내 눈을 빤히 바라봤다.
그리고 2일 뒤 내 강아지가 죽었다. 출근길에도 울었고 사무실에서도 울었지만, 나는 점심도 먹고 웃으면서 미팅도 했다. 내가 데려왔던 작았던 그 강아지는, 나보다 빨리 흐르는 시간 동안 내가 성숙해질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내가 그 없이도 출근을 하고 밥을 먹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고 떠나는, 마지막까지 착한 개였다.
고마워, 내가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줘서. 너무 많이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