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 육아의 무게

by Bloom

어릴 적 나는 꽤나 자유롭게 살았다.

하고 싶은 걸 하고, 사고 싶은 건 사며, 만나고 싶은 사람도 거리낌 없이 만났다.
큰 결핍 없이, 좋은 부모님과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그렇게 내 삶은 내 뜻대로 흘렀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살았던 건 아니다.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 스스로 규칙을 세워 지키며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나의 이런 성향을 존중해 주는 배우자를 만났고, 함께하는 삶도 큰 충돌 없이 흘러갔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아이는 내 인생에 처음으로 인생이 '쓴맛'이라는 맛이 있다는 것을 알려줬다.
동화의 끝부분처럼, 아이를 낳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육아라는 세계 안에서 매 순간이 갈등이고,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밀려왔다.

처음엔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그 시간들이 당연하게 여겨졌고, 기꺼이 감당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이가 불안이 높다는 걸 알게 된 후부터 모든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무슨 행동을 하든 사전과 사후의 모든 변수를 예측하고 준비해야만 했다.
하지만 준비한 대로 흘러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기대 이하의 결과가 반복됐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며 아이는 조금씩 나아졌고, 나도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런데 숨을 돌릴 찰나, 둘째 아이의 불안이 시작됐다.

예상하지 못했고, 상상조차 해본 적 없던 상황이었다.

그건 처음보다 훨씬 더 큰 좌절이었다.
경험이 쌓였는데도 버티기가 더 어려웠다.
지쳐 있었고, 우울했고, 무엇보다 더 이상 아이를 위한 에너지가 내 안에 남아 있지 않았다.


아이들을 사랑한다.
그건 분명하다.
그런데 그 사랑이 벽처럼 느껴지는 날도 있다.
답답하고, 어렵고 지친다.


혼자 있고 싶고, 여전히 20대의 나를 그리워하며, 지금 내 현실을 부정하고 도망치고 싶어질 때가 많아졌다.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부터, 아이들이 모두 잠든 늦은 밤까지
수없이 요구되는 것들과 크고 작은 돌발 상황들 앞에 나는 그저 벅차다.
아이들이 하루빨리 커서 내 품을 벗어나 자기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나는 지금 ‘제대로’ 인생을 겪고 있다.
누군가 말했던, 그 씁쓸한 인생 말이다.


매일매일,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시간들 속에서
어떻게 나를 버티게 할 수 있을까.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다시 이야기를 해보지만
결국 돌아오는 건 ‘제대로 하지 못한 엄마’라는 죄책감뿐이다.
이 감정에서 평생 벗어날 수 있을까. 아마도 없을지도 모른다. 이게, 엄마의 인생이겠지.


언젠가는 아이들 덕분에 더 많이 웃게 될 거란 걸 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너무도 힘든 날이다.

‘엄마’라는 이름에 묶인 죄책감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올까.
그날이 오긴 할까.


가끔은 매미의 인생이 엄마의 인생 같다.
울고, 울다가, 결국은 사라지는 삶.

어쩌면 인간의 삶이란 그런 것 아닐까.
태어나, 아이를 낳고, 키우고, 결국은 다시 아이를 보며 늙어가다 생을 마감하는 것.


오늘은 너무도 힘이 든다.
아무도 모르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마음을 이렇게 쏟아낸다.
이 글을 쓰고 나면, 조금은 가벼워질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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