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식에 솔직해지기

AI의 발전 속도를 냉정한 시선으로 보기

by 꽃에서 꽃이 핀다

최근 AI로 디자인 편집했다는 기획서를 봤는데 수정할 부분이 많아 보였다. 최종 제출본으로 쓰기에는 한참 부족했달까. 하지만 만드신 분은 매우 만족하셨는데, 원래 디자인을 잘하시는 분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자이너나 최종 산출물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디테일까지 신경 쓰기 때문에 AI의 작업이 불만족스러울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아직 AI만으로는 안 되네." 그러면서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에 살짝 안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을 AI에게 맡길 것인지 사람에게 맡길 것인지 결정하는 사람, 즉 클라이언트는 오히려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닐 수 있다. 그래서 그런 디테일까지는 신경 쓰지 않을 테고, 그들에게는 값싸고 속도 빠른 AI의 디자인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이 일이 리서치에서도 일어난다. 나는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 부분을 간과했다. AI의 리서치에는 누락된 변수와 검증되지 않은 근거가 많았다. 그래서 사람을 빼고 AI만 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든 클라이언트의 눈높이가 같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은 이미 뚫렸다. 그 점을 솔직히 인정해야겠다. 직군에 따라 이미 '선수교체'의 특이점이 도래했음을.


특이점 은 변화의 연속성 상에 존재하기 때문에 발생 당시에는 자각되기 어렵다.


우리는 이미 몇 주 전에 비슷한 특이점을 목격했다. 오픈 AI의 챗GPT를 통해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가 쏟아져 나왔던, 소위 '지브리스타일 사태'다. 엄밀히 말해 AI가 찍어낸 지브리 스타일 이미지는 지브리가 손으로 그려낸 이미지와 다르고 그 퀄리티도 낮다. 오류도 많이 보고되었다. 그러나 대중의 입장에서는 그 차이가 미미해 보였다. 게다가 빠른 대량생산의 매력은 엄청났다. 이 사태에서 지브리나 애니메이션 전문가는 '분야 전문가', 대중은 퀄리티에 덜 민감한 '클라이언트'다. 그리고 그 '클라이언트'는 수십 년간 감동을 전해 온 '전문가'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카피된 퀄리티에 환호했다. 지브리뿐 아니라 수많은 스타일이 복제되고 뿌려지고 그 가치가 훼손되는 일이 이어진다. 자중과 숙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이 사태가 너무 마음 아프다.


속도로 보면 이는 곧 일부 분야 일부 직군에 '예고된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현실에 닥친' 문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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