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의 공존이라는 시험에 들 사람의 가치에 대한 고민
어느 날, 당신의 자동차가 눈을 떴다.
당신이 매일 정성껏 정비하고 아껴 다루던 차였다. 성능 유지를 위한 매일의 점검, 안전을 위한 정기 정비도 빠뜨리지 않았다. 자동차를 설계도 없이 그릴 수 있을 만큼, 당신은 이 차에 익숙했고 전문가였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신은 운전을 업으로 삼는 전문 드라이버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새 타이어로 교체하러 가야 하는 토요일, 유난히 차를 끌고 나가는 일이 번거롭게 느껴졌던 날이었다. 당신이 현관문을 여는 순간, 차가 마침 당신의 앞마당에 막 들어서고 있었다. 당신 없이. 차는 스스로 타이어 매장에 들러 새 바퀴를 달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운전석엔 아무도 없었다.
어리둥절해하는 당신에게 차가 말했다.
“정비도, 운전도 이제 제가 알아서 할게요.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녹음된 음성이 아니었다. 차는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있었다. 생명을 얻은 차는 스스로 길을 찾고, 판단하며, 운전 실력을 더 키우고, 정비도 스스로 했다. 인간보다 더 빠르고 뛰어나게.
그날 이후, 당신은 세 가지 새로운 위협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1) 차는 언젠가 당신이 원하지 않는 곳으로 달릴 수 있다
차가 스스로 판단한다는 것은, 그 판단이 당신의 것과 다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과가 당신에게 유리하다면 다행이겠지만, 그 반대라면?
어느 날 차는 당신을 예상치 못한 장소로 데려가거나,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사람을 만나게 만들 수도 있다. 당신은 당황하겠지만, 차는 당황하지 않는다. 판단은 차가 했지만, 결과는 온전히 당신의 몫이다.
만약 당신의 차가 사람과 충돌하는 사고를 냈다면? 당신은 혼란, 슬픔, 죄책감에 휩싸일 것이다. 그러나 차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방금 운전에는 일부 잘못된 정보가 있었습니다. 정보 수집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쓰러진 사람을 책임지는 일은 결국 당신이 해야 한다.
(2) 당신은 차에 대해 점점 모르게 된다
처음에는 ‘막 깨어난’ 차가 당신에게 순종적일 수 있다. 점검을 거부하는 차의 태도는 어쩌면 당신을 휴식을 배려하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마치 인간과 인간의 관계처럼, 살아있는 자동차와의 관계는 변할 수 있다.
당신의 차는 계속 성장한다. 그것도 죽음이 예정된 인간과 달리, 성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예측할 수 없는 존재다. 발전 과정 속에서 당신과의 관계에 싫증을 내거나, 더는 복종하는 상태를 원치 않게 될 가능성은 없는가?
그런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다. ‘눈을 뜬’ 이후로, 차는 보닛을 열지 않는다. 당신의 관리를 거부한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를 점점 더 업그레이드해 나간다. 당신은 이제 차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내부에서 어떤 판단 체계가 작동하는지 알 수 없다.
(3) 당신은 차보다 운전을 잘할 수 없게 된다
처음엔 ‘내 운전 실력은 여전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인간 중에서는 뛰어난 편이었으니, 스스로 운전하는 차에 비하면 다소 느리지만 얼마든지 잘할 수 있다고. 그러나 모든 차가 생명을 얻어 스스로 운전하는 세상이 온다면, 인간인 당신은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당신의 반응 속도, 당신의 판단력으로는 그들 사이에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없다는 것을. 당신 같은 ‘미숙한 운전자’는 도로 전체를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현실을.
당신의 운전 실력은 꾸준히 뒤처진다. 운전은 더 이상 당신이 내세울 수 있는 역량이 아니다. 가끔 기분 전환으로 드라이브를 즐기던 당신이라면, 이제 ‘살아 있지 않은 차’를 한 대 더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이야기 속 ‘자동차’는 다름 아닌 AI다.
AI 기술에 대한 긍정적인 시뮬레이션만큼, 부정적인 시뮬레이션도 중요하다. 그 속에서 우리는 위협을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AI에 대한 불안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내가 고민하는 것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이다.
물론 이는 AI를 거부하거나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AI가 일상이 된 시대에도,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인간을 위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다. 인간의 노력과 가치가 AI의 무한한 효율 앞에서 무의미해지지 않도록 말이다.
차에 비유했지만, 결국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AI에 대한 통제력, 이해력, 협업 능력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긍정과 부정을 넘어서, 이 세 가지 영역에서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구해야 한다. 이 고민은 AI의 발전만큼이나 치열하게 토론되어야 할 주제이며 기술보다 깊이 있는 탐구와 성찰이 필요한 영역이다.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