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라는 이름의 선악과

AI 시대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원죄'

by 꽃에서 꽃이 핀다

AI가 광고, 리서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의 효율을 높여주는 결과들이 확실히 보인다. 우리 팀만 해도 1인당 적어도 세 개 이상의 AI 플랫폼을 활용하여 개인별 업무 속도를 높이고 있다.


온라인 자료 수집의 정확도도 올라가서 최근 몇 년 간의 뉴스 기사로부터 시장 통계에 관련된 숫자들만 수집하여 통계 내는 일은 한 두 마디 프롬프트로도 충분하다. 정확도를 더 높이기 위해 AI끼리 상호 검증을 하게 하는 것도 효과가 좋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여러 명의 동료와 회의하듯, 여러 AI와 대화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딥리서치로 뚝딱 하고 나오는 결과물은 아직 아쉽지만, 적당히 인간이 개입하면서 일을 시키면 결과가 뽑다. 활용하기 나름이다.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AI를 쓰는 한 이제 한 사람은 더 이상 개인이 아니다. 몇 명의 어시스턴트와 일하는 작은 팀이다. 1인 1팀이 될 수 있다. 한계는 있지만 점점 더 그렇게 될 것이다.


눈부신 발전. 빠른 변화. 그래서 요즘 직책자들에게 당연하게 따라오는 요구가 있다.


"시간 부족? AI를 활용하면 되잖아?"

"사람 부족? AI로 어떻게 안 되나? 방법을 찾아봐."


소위 'AI를 통한 업무의 효율화' 요구는 위로부터 더 적극적으로 쏟아진다. LLM의 성능이 아직 허술하던 작년에도 도깨비방망이처럼 뚝딱 만들어내라는 지시는 있었다. 하지만 이제 효과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는 확신이 되었다. 이제 효율화는 과제가 아니라 과정이다.


그런데 조직 구성의 관점에서 말하면, 이것은 신규 채용을 줄여가는 과정이다. 신입 사원이나 인턴에게 기대하던 일들을 AI가 더 빨리, 더 많이 해낸다.


그 결과 팀 막내 대리는 후배 사원 대신 AI 프리미엄 버전 구독료를 지원받는다. 팀장은 추가 팀원 TO를 반납하고 현재의 인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해낼 방법을 찾으라고 요구받는다. AI시대를 가장 먼저 맞이한 사람들은, 다음 세대의 일자리를 줄이는 데 기여하도록 구조화되고 있다. 기술을 통한 효율화는 시대의 흐름이며 기업의 생리이므로 피해 갈 방법이 없다. 신기술을 활용해 신세대의 일자리를 줄이는 일에 강제 투입되는 셈이다.


이것은 시대가 강요하였으나 결국 우리의 원죄가 될 것이다. 우리가 깨끗하게 풀어내지 않으면 자녀 세대의 앞날을 흐릴 안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당장은 변화를 따라가기 급급하다. 지금 세대의 생존부터 이미 시험에 들고 있기 때문에. 과거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필사적인 난개발이 후대에게 환경 문제를 떠안긴 것처럼,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고민은 많지만 아직 뾰족한 방법이 없다. AI의 작은 흠을 인간이 메꾸자는 발상이나, 창의적인 일은 그래도 인간이 해야 할 거라는 막연한 희망은 답이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되어줄지도 모르겠다. 최소한 창의력이나 의사결정은 지켜야 마땅할 영역으로 합의해야 하지 않을까.


모두의 고민, 모두의 논의가 필요하다. 시급하다.


202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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