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소멸의 시대를 살아가는 미래 세대에 대한 고민
16년 동안 갇힌 채 사람 얼굴을 똑같이 종이에 옮겨 '그리는 기술'을 연마한 사람이 있다고 해 보자.
"네가 세상에 나갔을 때 쓸모 있는 기술이야."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이런 걸 배워둬야 해."
반복 주입된 메시지는 암시가 되고, 사상이 되고, 이내 신념이 된다. 진짜 세상을 경험한 적 없이 갇혀 지낸 사람에게 누군가 내미는 '세상의 기준'은 그렇게나 절대적이다.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16년은 그리 길지도 않다. 의심 없이 노력 또 노력할 뿐이다. 밤낮을 잊고 갈고닦은 실력을 드디어 세상에 펼쳐보기 위해, 16년을 훈련한 결과들을 들고 문을 여는 순간이 왔다. 문이 열리고 빛이 쏟아진다. 익숙하지 않은 빛에 동공이 적응하기 위해 찰나로 찾아왔던 암전에 사라지고, 드디어 세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포스터, 포장지, 잡지 등 셀 수 없는 미디어가 온통 '사진'으로 도배된 세상이.
한 번쯤 들어본 얘기일 것이다. 바느질만 익혔는데 재봉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든지 하는, 세상의 발전을 몰랐기에 오래된 기술에만 몰두했다가 경쟁력을 잃은 이야기들. 여전히 초상화 화가도 가치 있는 직업이고 수제 바느질 장인도 귀한 일이지만, 그것은 예술의 영역일 때다.
올해 여름까지 1년간 함께 일했던 대학생 인턴은 회사를 떠나는 소감을 이렇게 남겼다.
"회사에서 AI를 이렇게 활용한다는 것, 학교에서는 몰랐던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이에요. 모른 채 졸업하고 입사했다면 당황했을 것 같아요."
16년이라는 숫자는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의 교육 기간이다. 16년이라는 숫자 자체는 중요하지 않으나, 인생에서 학습에 몰두하는 집중 학습 기간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인성 교육과 논리적 사고 능력의 함양이 기본이기에, 이미 휴대폰 계산기로 할 수 있는 대수의 원리를 배우고 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세상의 변화를 모른 채로는 곤란하다.
첨단 기술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주입식 교육이 가져올 문제는 단지 기술 경쟁력이 아니다. '직업 선택'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이미 AI가 일부 직업의 수요를 축소하기 시작한 지금, 예비 사회인들이 사회에서 찾아가야 할 직업의 지형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 청소년들이 꿈꾸는 일들은 10년 뒤 인간이 담당하는 일로 남아 있을까? AI로 인한 고용 불안은 현재의 일일 뿐 아니라 이미 미래의 일이기도 하다.
'AI 시대인 만큼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 것이다'라는 예측조차 이미 흔들린다. AI들의 코딩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개발을 배우지 않은 사람들도 코딩 시장에 뛰어든다. AI 개발자 시장도 양극화되면서 천문학적인 연봉을 받는 개발자가 등장한 반면 고용 불안과 저임금 또한 예고되고 있다. 오늘의 수요로 직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던 시대가 지나고 있다. 어떤 경쟁력으로 '나'를 준비시킬 것인가, 이것은 개인의 숙제가 아니라 시대의 숙제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고민할 문제겠지만, 우선 이 현상에 가장 큰 책임이 있으며 가장 큰 수혜를 입고 있는 AI 기업들이 나서야 한다. AI로 인한 업무 효율화, 그리고 뒤따르는 대량 실업에 대한 AI기업의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생산성을 높이고 발전 속도와 비용 효율을 높인 들, 사람의 살 길을 막으면 무슨 소용인가. AI로 가장 빠르게 효율화되는 산업군에 대해, AI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고용 문제를 해결할 대안들을 모색해주었으면 한다. 기업 스스로 할 수 없다면 정부와 사회가 요구해야 한다.
202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