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물려가도 정신은 차려야 하는 이유

AI를 통한 효율화의 성과만 강조하는 기업들에 대한 반론

by 꽃에서 꽃이 핀다

어제 링크드인 일촌 한 분이 올리신 기사에 추천을 눌렀다가 취소했다. 기업들이 'AI로 인한 인력 감축을 오히려 경영 성과로 내세우고 있고, 그 결과 AI가 야기할 실업 문제는 도덕적으로 중립이 되어간다'는 내용이었다. 너무 중요한 정보이지만 차마 '추천'이나 '좋아요'를 할 수가 없었다. 일부 기업들은 내내 AI로 인한 실업을 방관을 넘어 추진해 왔고, 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찾아왔을 것이다. 말하자면 AI로 인한 실업은 저절로 도덕적 중립적을 획득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의도 다분한 언론 활동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기사에 추천을 누르자마자(의미 있는 정보였기에) 다시 눌러 취소했다(마음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기에). 공유해 주신 분께 실례가 되지 않았길 바란다.


AI로 인한 실업은 사회 문제다. 결코 경제적 논리로 긍정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들이 그렇게 선전하도록 방관해서도 안 된다. 기업의 입장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통해서 평가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사회는 그에 대한 충분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AI를 통한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들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기도 전에 다음 변화가 일어난다. Chat GPT의 '지브리 스타일' 사건이 그랬다. AI 콘텐츠의 저작권 침해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겼을 뿐, 정작 그 옳고 그름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법적으로는 문제없다면서 옹호하는 여론전에 밀려 문제제기조차 조기 진화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다는 이유로 저작권자들의 의견은 소수 의견으로 치부되고 말았다.


AI로 인한 실업 문제도 마찬가지다. AI로 효율화한 기업이 백 명의 인력을 해고하면 그만큼 기업의 경영성과가 올라가니 주주들에게는 이득이라 괜찮은가?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내려가면서 소비자들도 좋은 일이니 박수를 쳐야 할까? AI로 인한 인력 감축을 통해 소비자에게 경제적 이익이 생기기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아마 대부분, 절감된 비용은 기업의 이익으로 편입될 것이다. 그러기 위한 감축이니까. 그리고 그것이 누구의 이익을 위한 변화이든 간에, AI로 인한 인력 감축은 이미 진행 중이다. 아직 사회가 옳고 그름에 대한 답변을 내리기도 전에. 아직 사회가 대안을 찾기도 전에.


결론은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AI로 인한 변화는 이미 시대의 흐름이다. AI로 인류는 발전할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AI는 생산성 증대로 인한 풍요를 안겨줄 것이다. 긍정적인 예측들은 그런 미래를 예고하고 있고 상당 부분 사실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치러야 할 값은 아직 다 계산되지 않았다. AI 개발비나 데이터센터 구축비, 서버 냉각비 같은 '개발의 값'이 아니다. 꼭 따져봐야 할 것은 이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 감수해야만 하는 '사회적 비용'이다. 높아지는 실업률을 해결하기 위한 비용은 '해고한 기업'에서 감당할까, 아니면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감당하게 될까? 그 비용은 지금 당장 지출되지 않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갚아야 할지 모를 '미래의 장기적 손해'가 될 것이다. 전 사회가 그 손해를 갚아나가는 동안 AI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은 심화될 것도 우려된다.


자율적으로 그런 고민을 하는 기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익을 존재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게 그것은 또 하나의 홍보 테마에 지나지 않을 테니. 그 요구는 사회가 먼저 해야 한다. 시민들이, 사용자들의 문제 제기가 중요하다. 최소한 AI로 인한 인력 감축을 경영 성과로 셀프 칭찬하는 기업들에게 흔쾌히 박수를 보내지는 말아야 한다. AI가 가져온 변화는, 수혜자와 피해자를 따로 구별하지 않고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모두'를 위한 변화인가? 여전히 그 질문이 필요하다.


2025.08.26


* 게시 이미지는 2024년 MS의 AI인 Bing image creator로 생성한 이미지입니다. 당시 AI가 '사람'을 그려낼 때 오류가 많아 다소 그로테스크한 그림이 만들어졌습니다. 원래는 환경 위기가 사회 계층 별로 어떻게 다르게 다가오는가를 표현하려던 그림인데, 이 글과 맥락이 닿는 면이 있어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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