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앞에 희미해져가는 능동적인 삶
이젠 브런치 작성 화면에서 보란 듯이 "자동 완성"이라는 기능이 뜬다. 삶은 자동으로 완성되지 않는다고 믿었다. 저절로 되지 않는, 사소한 시도와 결심들이 엮여 완성되어 가는 무엇이라고. 완성이라는 단어는 삶을 왜소하게 한다. 인내심 없이 성취를 조르는 말이니까.
AI가 도처에 자동 완성이라는 말을 흩뿌리고 있다. 어디든 자동 완성 버튼이 둥실 떠 있다. 완성이라는 말은 이제 무게를 잃었다. 한없이 가볍게, 아무 곳에나 내려앉는다. 톡 건드는 사람들의 인생을 완성시켜 준다는 가벼운 약속을 던지며. 삶의 가치는 얼마나 더 가벼워질까.
기쁨도, 사랑도, 희망도 AI가 자동 완성해 주는 시대가 오고 있다. 성취욕에 들뜬 누군가는 완성의 가속도를 환영하고, 느림을 아름답다고 믿었던 이들은 뒤로 흐르는 풍경이 될 시대다. 슬픔까지 자동 완성될 시대가 오고 있다.
우리는 각자의 속도를 결정한다. 잦은 완성으로 도파민을 충족하며 앞서가는 사람이 될지, 아니면 그런 사람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느리게 걸을지, 결국 각자의 결정일뿐이다. 다만 삶이 자동 완성된다면 삶의 주체는 왜 필요할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