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차게 망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는 망한 이야기이다. 어떻게 봐도 망한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고나 할까.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망했다, 가 가장 덜 절망적일 정도인 이야기이다. 이게 무슨 이야기냐면, 내가 그 동안 거쳐온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내가 했던 일은 결과적으로 모조리, 전부, 확실하게 망했다. 그것만은 단언할 수 있다.
2015년에 일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총 10년간 나는 대충 10개의 회사, 혹은 프리랜서로 일을 했으며, 모조리 망해서 그만두었다. 여기서 망했다는 것이 꼭 회사가 도산 혹은 파산했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그런 회사들도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다 잘 안 됐다. 무려 열 개나(사실 열 개보다 좀 많다) 했는데도! 이렇게나 다 잘 안 되기도 어려운데, 놀랍게도 그걸 해냈다. 심지어 나는 일을 제법 좋아하기까지 한다. 일을 하면서 나름 재미도 있었고, 즐겁기도 했고, 힘들기도 했고, 분노하기도 했지만, 일을 좋아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런데도 다 망했다. 어쩌면 나는 망하기를 잘 하는 인간일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10번째 퇴사를 앞두고 있다. 다행인 점은 망하는 것도 10번 정도를 하다보니 제법 익숙해졌다는 거다. 퇴사도 10번 정도 했으면 나름 기념할만 한 일 아닌가. 이참에 시간도 많아졌으니 그 동안의 퇴사 이야기를 한 번 정리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알면 등짝을 때리겠지만 어쩔 수 없다. 망한 일 자랑하기 대회에 나간다면 내가 1등일 수도 있잖아. 아니면 입상조차 못할 수도 있지만. 뭐가 됐든, 일은 망했지만, 내가 망한 건 아니잖아. 지금은 그거면 충분하다(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아무튼, 그렇다. 지금이 아니면 못 할 것 같아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