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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룸컴퍼니 Aug 01. 2023

고되지만 일을 사랑하는 이유

북미에서 가장 험난한 트레일 중 하나인 캐나다의 웨스트 코스트 트레킹을 다녀왔습니다. 25kg 이상의 배낭을 메고 8일 밤 동안 야영을 하며 50여 개의 사다리와 150여 개의 다리를 건너야 하는 체력과 경험이 필요한 코스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준비 시간이 부족하여 가이드가 이끄는 팀에 합류하였는데, 자연을 느끼는 것을 넘어 훌륭한 팀과 리더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시간이었습니다.


9일 동안 곰과 마주치고, 고래에 환호하고, 독수리를 우러러보고, 바다사자에 말을 걸고, 뱀을 반가워하는 다소 과한 자연 친화적 일정이 이어졌습니다. 무엇보다 배낭 무게에 어깨가 계속 쓸리고, 땀을 쏟고, 씻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면서 점점 한계에 다가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리 팀을 이끄는 가이드의 명랑한 목소리가 계속 들렸습니다. 가이드는 30대 후반에 덩치는 작지만 다부진 캐나다 여성이었는데 팀을 위한 취사도구, 곰 스프레이, 비상 도구 등 저보다 거진 30~40%는 더 무거운 배낭을 메며 팀 마더 역할을 했습니다. 함께 트레킹 하며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만들어주고 챙겨주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선두에 서서 방향을 안내하고, 장애물마다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중간중간 농담과 이야기로 사람들의 흥을 돋구워주는 베테랑이자 리더 역할도 했죠. 돌아보면 ‘그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9일 동안 지치지 않는 에너자이저로서 팀 전체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도록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아무리 직업이지만 이렇게 고되고 힘든 일을 왜 할까?’ 직접 물어보기에는 실례가 되는 것 같아 지금 하는 일의 좋은 점은 뭐가 있는지 돌려서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그녀의 즉답은 “Great People”, 멋진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교류하는 것이 즐겁고, 자신은 자연 속 야외활동을 좋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럼 혼자서 야외활동을 가는 것이 더 편하고 좋지 않은가?’라고 다시 물었는데, 멈칫하더니 그건 별로 안 내키고, 자신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이 일을 하는 것 같다고 스스로 정리했습니다.


트레킹 막바지에 접어들자 사람들의 이야기 주제가 깊어졌습니다. 어느 한 분이 가이드에게 이번 팀은 잘 하고 있는지, 지난번 팀은 어땠는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녀는 이번 팀이 ‘Great People’이라며, 지난 팀에서의 어려웠던 점을 토로합니다. 각자 사정이 있겠지만 주의사항을 무시하며 사다리를 내려오고, 배려나 친절보다는 개인행동이 이어지고, 결국에는 한 명이 구조되어 일정이 완전히 엉키는 상황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할 정도로 자기 마음도 무너지기 직전이었는데 이번 팀을 만나 다시 'Confidence'가 생겼고, 무엇보다 'I love my job because of great people'이라는 마지막 문장을 외쳐 모두들 울림을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분 좋은 마무리에는 숨은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웨스트 코스트 트레킹의 그룹원은 최대 10명입니다. 난이도 때문에 가이드가 2명이고, 신청자 8명이 팀을 이루게 되는데요. 오리엔테이션에서 그룹원들을 처음 만나고 '어라… 다 여성분이잖아?' 했었습니다. 게다가 60대 이상이 5명,  그중 한 분은 무려 72세. 장기 트레킹 경험이 있었던 저는 ‘과연 이 팀이 해낼 수 있을까?’ 하고 걱정부터 앞섰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자 그룹 가이드가 우리의 경로를 쉬운 코스에서 어려운 코스로 바꾸는 결정을 합니다. 팀원들의 체력과 경험은 확인이 어려웠지만 첫날부터 서로의 상태를 체크하고, 배려하고, 친절을 베풀고, 서로 힘든 일을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가이드는 이번 그룹에 소위 성품과 인성이 좋은 분들이 모였고 이들이 뭉치면 어떤 힘듦도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파악했던 것 같습니다. 


리차드 라이언은 자기 결정성 이론에서 내재 동기가 발휘되기 위해서는, 즉 즐겁게 몰입해서 일하기 위해서는 주도성, 유능성뿐 아니라 관계성에 대한 욕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일을 잘하고자 하는 마음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주변 관계를 소홀하게 되면 결국 일할 맛도 떨어지게 됩니다. 더욱이 조직 내 관계는 개인을 넘어 하나의 에너지 네트워크를 만들게 되어 전반적인 조직의 성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요즘 직장에서의 여러분은 어떤가요? 혹시 요즘 일이 고되다면, 함께 하는 동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먼저 한 발짝 다가가 보시면 어떨까요? 



+) 웨스트 코스트 트레일의 느낌을 위해 영상을 하나 더합니다. 

https://youtu.be/ZT1b1rkTqeo


Chief Happiness Officer
박정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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