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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네이수 Mar 19. 2024

맑은 날에는 Moves like Jagger

Five ways roasters


이번 비행에서 더치크루가 서비스를 마친 후 요즘 어깨가 아프다며 우리나라 어르신들이 약수터에서 등을 치는 것처럼 비행기의 뭉툭하게 돌출된 부분을 찾아 자기 견갑골 있는 부분을 대고 등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 : "야 그러다가 비행기 흔들릴 수 있으니까(?) 내가 주물러줄게."


딱딱하게 어깨가 뭉쳐있는 거 보니 피곤했을 듯하다. 그녀가 말했다.


"고마워. 우리 남편은 내가 주물러 달라고 부탁하면 주물러 주고 자기도 똑같이 해달라고 해. 철저히 기브 앤 테이크야. 그래서 난 부탁을 아예 안 해.ㅋㅋ"


나 : "와 부부사이에 공짜가 없네. 더치남자들의 뇌구조에는 무조건적인 사랑(Unconditional love)이라는 개념은 없는 거야?"


그녀 : "하하. 더치 남자랑 살면 그런 거 없어. 언제나 조건적인 사랑(Conditional love)이지."


더치들은 함께 사는 파트너와 '평등'한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 그리고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거 같다. 그래서 서로 살면서 부담도 희생도 두 사람 다 동등하게 하는 것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한다. '더치페이'라는 말에 괜히 '더치'가 붙은 게 아니다.



아담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라는 책을 읽었다. 세상에는 기버(giver), 테이커(taker), 매쳐(matcher) 이렇게 3개의 타입이 있는데 기버가 부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은 테이커보다 적을지 몰라도 부의 피라미드에서 상위에 있는 사람들은 테이커가 아니라 기버들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 책을 자세히 보면 '귀인'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도와주는 사람을 흔히 귀인이라고 하는데 내가 귀인의 도움을 받고 내가 귀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나는 테이커의 위치에 있게 된다. 결국 그 귀인이 내 곁에 오래 머무를 수 있을까?


내가 필요한 도움을 상대방이 줄 수 있고 상대방도 마침 자신이 필요한 것을 내가 해 줄 수 있다면 서로에게 귀인에 되게 된다. 이 경우 '기브 앤 테이크' 관계는 계산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 도와주고 보완해 주는 관계가 되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주는 도움과 받는 도움이 과연 필요한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관계는 자연과 부모님의 사랑 외에는 없다. 사람사이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이 영원하지 않은 이유는 그 관계가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에서 본 내용인데 나를 도와주는 귀인(기버)과 나에게 해를 끼치는 악인(테이커)이 인생이 들어오는 순간이 놀랍도록 비슷하다고 한다. 그 처음 등장은 너무나 산뜻하고 따뜻해서 이 사람은 정말 선물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고 나중에는 '확신'이 서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기브 앤 테이크>에서 상위 1 퍼센트에 속하는 기버들은 이 사람이 귀인인지 악인인지 구별할 수 있는 자신만의 기준과 혜안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기브 앤 테이크'라는 관계가 그저 계산적인 관계를 말하는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중요한 관계를 의미하는 것 같다.





Five ways roasters



네덜란드는 항상 뭐가 불만인지 찌푸린 날씨의 연속이라 내 마음도 같이 찌푸려져 있는 중 드디어 해가 떴다.

오늘은 더치크루들이 추천한 Five ways roasters에 가 볼 생각이다.


이 카페는 암스테르담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거 같다. 사실 다른 카페에 들어가면 이곳의 원두를 갖다 쓰는 카페들도 꽤 있었다.


이곳에서는 아침식사를 하러 온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다행히 자리를 잡을 수 있어서 앉았는데 커다란 통유리로 비치는 햇살이 오래간만이라서 반갑다. 라테 한잔과 브런치로 이곳의 자랑인 베네딕트 에그를 시켰다.



라테는 오트밀이 떠오르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었다. 어떤 맛이 특출 나게 드러나는 맛은 처음에 나진 않았는데 아주 끝에 톡 쏘는 스파이스 같은 맛과 은은하게 느껴지는 꽃향기도 있었다. 바디감도 좋고 우유의 바디감보다는 에스프레소의 바디감이 더 강조된 거 같다.



커피맛이 참 균형적인 맛이 난다고 느꼈는데 이곳의 대표 원두의 이름은 'Moves like Jagger'이다.


마룬 5의 노래 제목이다. 이 커피를 마시면 롤링 스톤즈의 보컬인 믹 재거처럼 춤이 절로 나올만한 맛인 건가...

대낮에 그렇게 춤추게 되면 마약 한건줄 알 거다.


마룬 5의 뮤직비디오를 떠올리며 에스프레소가 어떨지 한번 마셔볼까 먹어볼까 생각했는데 커피는 충분히 마신 거 같아 다음을 기약했다.

그러던 중 한 남자가 찾아와  익숙한 듯 바리스타에게 뭐라고 말하더니 'Move like Jagger'원두 1kg를 사서 지고 나가는 걸 지켜보았다.



이 카페가 있는 곳은 암스테르담의 동쪽에 위치한 동네이다. 대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젊은 학생들이 오가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근처에는 유치원이 있는데 따로 운동장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근처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다니며 놀고 있었다.


푸른 하늘의 암스테르담은 너무 오랜만이라 내 마음도 저렇게 신나게 뛰어놀고 싶을 만큼 상쾌해진다.  네덜란드의 날씨가 항상 이렇게 맑았다면 하루하루가 'Moves like Jagger'할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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