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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밍현디 Dec 08. 2023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출근길 특별한 플레이리스트 없이 무작위로 유튜브 뮤직을 듣는데 오늘은 정인 오르막길노래가 나왔다


노래를 들으니 나의 결혼식이 생각났다

2019년 7월에 결혼을 했고

그때 남편이 나에게 불러준 축가가 정인 오르막길이었다


그때의 동영상을 다시 찾아보니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결혼식, 웨딩드레스에 대한 로망도 없었고

결혼도 못 할 줄 알았었다


남편이랑 나는 고등학교 때 성당에서 만나

잠시 만났다 헤어졌다


학창 시절 사귄 거라 특별히 뭘 한 것도 없이 

남자친구 여자친구라 불리다가 헤어졌고


그렇게 나는 인천으로 대학을 가고

남편은 군에 입대를 하고 편지 몇 번 주고받다 연락이 끊겼다


그리고 군 제대 후 경찰 공무원 준비하기 전에

인천으로 나를 만나러 왔었다

만나서 밥 먹고 했던 것 같은데

자세히 기억은 안 난다^-^


만나고 돌아가면서 이제 공부할 거라

핸드폰을 없앤다고 합격하고 보자 하고

연락은 또 끊겼다


그렇게 각자 연애를 하다가 

내가 오래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친구들과 점을 보러 갔는데

호랑이띠와 살면 잘 산다고 하여


내 주변에 호랑이띠는 

지금의 남편뿐이라 잘 지내냐며 연락했지만

여자친구가 있을 때라 칼 차단당했다

그렇게 또 연락이 끊겼다



18년 3월 잘 사냐며 

경찰 공부하러 가기 전 마지막 통화에

내가 32살까지 시집 못 가면 오빠한테 시집간다고 했었다며 시집갔냐고 물었다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진 않았지만

아마 그놈이 그놈인데 그중에 제일 착한 놈이라

그렇게 말했을 것도 같았다


그렇게 연락을 하다가

4월에 만나서 다음 해 19년 7월에 결혼하였다




다시 만났을 땐 남편은 모르겠지만 

나는 결혼할 생각으로 만났다

나이도 나이지만 이 오빠라면

꾸미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나의 본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사업하는 아빠의 잦은 실패로 

고생하는 엄마를 보며 자랐기에

사업하는 남자는 싫었는데 

안정적인 공무원인 것도 좋았다


결혼은 집안 대 집안이 결혼하는 건데

우리 부모님이 도움 주실 형편이 아니기에

시댁이 부자가 아닌 것도 좋았다


양쪽 부모님 도움 없이 혼수예물 없이

공무원 임대 아파트에서 

각자 800만 원을 부담하여 식을 올리고 결혼생활을 시작하였다


벌써 결혼한 지 4년이 지났지만

남편은 여전히 그놈이 그놈이지만

그중에 제일 착한 놈이고

아이들에게 자상한 아빠

나에겐 보고 배울 점이 많은 좋은 남편이자 술친구이다


4년 동안 아이가 둘이 생겼고

상급지는 아니지만 집도 샀다

매년 담보대출 이자를 제외하고

2천만 원씩 추가 상환하고 있으며

아이 둘 낳으며 출산휴가, 육아휴직했을 때도

꾸준히 상환하였다


항상 좋은 일만 있던 건 아니었지만

그때마다 정인의 오르막길처럼 

남편과 잘 극복해가며 위기를 넘겼다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거야 가파른 이 길을 좀 봐 그래 오르기 전에 미소를 기억해두자 

오랫동안 못 볼 지 몰라

완만했던 우리가 지나온 길엔 달콤한 사랑의 향기 이제 끈적이는 땀 거칠게 내쉬는 숨이 

우리 유일한 대화일지 몰라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견디겠어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 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엔 만나 오른다면 

한걸음 이제 한걸음일 뿐 아득한 저 끝은 보지마 평온했던 길처럼 계속 나를 바라봐줘 그러면 난 견디겠어

사랑해 이 길 함께 가는 그대여 굳이 고된 나를 택한 그대여 

가끔 바람이 불 때만 저 먼 풍경을 바라봐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우리 길

기억해 혹시 우리 손 놓쳐도 절대 당황하고 헤매지 마요

정인- 오르막길






앞으로도 힘든 일 좋은 일 많겠지만

그때마다 남편과 함께라면

매 순간 잘 즐기고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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